기존 통화정책 고수 입장 재확인
트럼프 관세 정책 우회적 비판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강하고 물가도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는 이유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를 지켜보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열린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파월 의장은 “Fed의 현 통화정책 기조가 전보다 눈에 띄게 덜 긴축적이며 경제는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인상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을 때보다 긴축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어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장기 목표(2%)에 견줄 때 다소 높은 상황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강하게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둔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제한적인 정책(긴축)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때 밝힌 정책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Fed가 통화정책 목표 달성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6%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8%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이날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Fed 일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평가를 삼갔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일반적인 자유무역 사례들은 논리적으로 여전히 타당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한 대국이 존재할 경우 그다지 잘 작동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업무 중단 조치를 내린 소비자금융보호국(CFPB)과 관련한 질의에도 “다른 연방 규제기관에 관해 언급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