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관세전쟁에도 美경제 ‘골디락스’… ‘AI 훈풍’ 계속된다

■ 서정훈의 월가토크

美빅테크들 AI 투자 늘리고
제조업 경기 본격 회복 국면
‘증시 압박’ 시장금리 내림세
무역전쟁 속 美경제만 ‘활황’
물가 하향땐 주가 상승 견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출현으로 연초 뉴욕 증시의 정체 구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 전략이나 미국 증시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딥시크 출현에도 최근 미국 빅테크들은 설비투자 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제조업 회복·금리 인하 분위기가 겹쳐지는 등 올해 미국 경제는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골디락스’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저비용 AI 출현에도 ‘AI 공룡’들 “설비투자 지속” = 지난주 실적을 공개한 알파벳은 기대치를 밑도는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성장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부진 배경을 살펴보면 급격히 증가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에 대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 용량(capacity)이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규모를 애당초 예고한 590억 달러 규모보다 29% 증액한 760억 달러(약 110조7000억 원)를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클라우드 부문 점유율 1위인 아마존도 유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올해 자본지출 대부분이 AI와 관련된 클라우드 부문 투자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같은 여타 대규모 데이터 센터 운영 업체 역시 일관되게 자본지출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이번 실적 발표에서 재차 밝혔다. 더 발전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 빅테크들은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 역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 출현 이후 큰 폭의 조정을 경험했던 엔비디아였지만, 엔비디아의 순이익 전망치는 앞서 설명한 수요 환경에 힘입어 지금도 ‘우상향’ 중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권호영 기자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미국 경제만 ‘활황’ = 지난주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응,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해 미국 접경 지역에 군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마약 유출입 단속 역시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해당 조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에 부응했기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는 30일간의 관세 유예 조치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하면 미국 정부는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통한 세수 확보 목적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강화하는 장치로써 관세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해하는 방식의 사용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지난 2018년 불거진 미·중 무역 분쟁 과정을 살펴봐도 대중국 관세를 통한 미국 경제의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당시 위안화 약세, 달러 약세 구도로 인해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수입 물가는 오히려 낮아지기도 했다. 당시의 주식시장 성과 역시 중국을 비롯한 수출 주력 국가는 몹시 부진했지만, 미국은 상대적 우위를 지속 유지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을 전후해 각국의 이익 추정치를 살펴봐도, 미국은 여전히 추세적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반면, 비(非)미국 지역의 경우 수출 둔화 등의 우려를 반영하며 하향세를 나타내는 것이 확인된다. 관세 분쟁이 본격화되더라도 미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본적인 컨센서스이기도 하다.

◇견조한 미 경제지표, 제조업 회복 양상 = 미국 경제는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상당수는 기업 대 기업(B2B)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제조업 경기 동향에 실적 전망이 좌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월초 공개된 1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호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지수는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확장 기준선인 50을 상회했다. 세부항목 중에서 선행지표 성격을 지니는 선행주문지수의 경우 55.1을 기록하며 202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장기간 침체를 보여왔던 미국 제조업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고, 이후 추가적인 개선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7일 발표됐던 고용지표 역시 전체 취업자 수는 예상치를 소폭 밑돌았지만, 직전 두 달 집계치가 대폭 상향됐다는 점과 실업률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는 점, 임금 상승률은 기대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8월 뉴욕 증시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실업률이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한 영향으로 고점 대비 10% 가까운 조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시장금리 인하 분위기, 미 ‘골디락스’ 분위기 확산 = 미국 증시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던 시장금리가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주식시장의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여전히 하향세를 지속한다는 신호가 확인된다면, 견조한 성장과 안정된 물가 조합이라는 골디락스 내러티브(이야기)가 다시금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다양한 정책 불확실성으로 증시의 상방이 가로막혀 있는 모습이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집중하는 미국 빅테크들의 경우 여전히 실적 가시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하방 위험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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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관세전쟁에도 美경제 ‘골디락스’… ‘AI 훈풍’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