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연구·개발 분야 한정
총 근로시간은 줄어들 것” 지적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반발이 확산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장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반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특별법 = 주 52시간 근로제 와해’라며 공세를 펴는 반면 정부는 주간 단위로 묶인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면서 전체 근로시간 총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민주노총과 정의당은 ‘반도체특별법 저지 공동행동’을 출범시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은 노동자 건강을 파괴하며 산업 위기를 부른 재벌에 책임이 아닌 온갖 특혜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특별법 반대 근거는 크게 △기존 제도로 활용 가능 △전 업종 확대 가능성 △장시간 근로로 요약된다.

노동계가 가장 크게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탄력·선택·유연근로제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계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1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월초에 시간을 집중해 연구할 경우 월말로 갈수록 시간이 부족해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며, 팀장급 간부가 이에 해당되면 업무 전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최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현행 제도를 다양하게 적용해 봤지만, 연구·개발 특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크다”며 “실험 과정상 예측 불가능한 상황 발생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특별법과 관련해 장시간 노동을 부각하고 있지만, 특별법은 연구·개발 직종으로 한정됐다. 생산·사무직은 근로시간에 맞춰 근무할 수 있는 반면 연구·개발 직종은 연구의 연속성상 근로시간이 집중될 수 있는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김희성 강원대 로스쿨 교수는 “특별법은 근로시간을 유연화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며, 전체 근로시간 총량은 감소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반도체를 시작으로 다른 업종까지 확대돼 ‘주 52시간 근로제’가 사실상 와해될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경영계 일각에서도 반도체 업종 외에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