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측 “헌재, 속도 급급” vs 헌재측 “박근혜 심판 선례 따라”

이미지 크게보기

■ 윤대통령·헌재, 절차·공정성 공방

“법정증언보다 檢조서 토대 재판
헌재, 신속 앞세워서 졸속 심리”
“헌법재판,형사재판과 성질 달라
2017년에도 증거법칙 완화적용”

변론 마무리 단계 속 신뢰 논란
결론내려도 국론분열 지속 우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자칫 최종 선고가 나온 이후에도 국론 분열이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재의 탄핵심판 진행 절차를 둘러싸고 절차적 흠결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헌재가 남은 절차와 결정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헌재는 신속심리를 앞세운 졸속심리를 우선하고 있다”며 “헌재를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헌재법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 심리를 공정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부 재판관의 정치적 편향 우려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공개법정에서 나온 증언보다 검찰이 작성한 조서를 토대로 재판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문제 제기는 헌재가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칙을 형사재판보다 완화해 적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3일 5차 변론 당시 헌재는 당사자들의 증언 뒤집기에도 불구하고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수사기관 진술조서가 변호사 입회 아래 조사받고 서명 날인했다며 증거로 채택했다. 형사재판에서는 이런 절차를 거쳐도 법정에서 당사자가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미지 크게보기헌재소장 대행‘무거운 출근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증거법칙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처럼 형사재판과 달리 적용하는지를 묻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헌법재판은 형사재판과 성질이 다르다”며 “헌재법 40조 1항에서도 헌법재판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소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성질 차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또 변론기일 진행 및 증인신문 시간제한 등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한 평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2020년 형소법 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헌재가 강화된 증거법칙을 이전 선례로 완화하는 것은 인권 보장 흐름에 역행하는 퇴행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헌재가 11·13일 증인을 하루 4명씩 부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핵심 증인 신문이 너무 짧게 진행되고 있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재에 대한 불신을 헌재가 일부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헌재는 지난 3일 연기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관련 국회 대 대통령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변론을 진행한다. 당시 헌재는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회 측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오후 2시 예정됐던 선고를 2시간 남겨두고 돌연 연기해 논란을 빚었다. 법조계에서는 권한쟁의심판을 강행했다가는 헌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갑작스러운 선고 연기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5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가 실시한 전화면접방식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20대의 53%, 30대의 54%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젊은 층의 헌재 불신은 절반을 넘어섰다. 한편 우파 성향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3.0’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무시되고 있다’며 규탄성명을 냈다. 지난달 31일부터 진행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국민동의 청원도 계속되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문화일보

문화일보

윤대통령측 “헌재, 속도 급급” vs 헌재측 “박근혜 심판 선례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