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시 ‘굽과 합’. 이능호 작가의 작품 ‘집- 그 이후’ 설치 전경. 수애뇨339 제공

도예작가 이능호와 박성욱의 ‘굽 과 합’ 기획전이 지난 8일 개막했다. 서울 평창동 예술공간 수애뇨339의 개관 9주년 기념 전시로, 원재료 흙을 독창적인 형태와 구성으로 작업해 온 두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 고유의 미학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능호는 대표작 ‘집’과 ‘집 - 그 이후’ 연작을 공개한다. 호암미술관에 소장된 연작이자 작가가 ‘좋은 기운(상서로운 기운)이 응집된 최소의 덩어리’라고 소개하는 ‘집’은 그가 과거 씨앗을 보고 느낀 생명의 경이로움을 둥근 타원형의 형태로 드러냈다. 작가는 전통옹기 제작 기법 중 하나인 ‘타렴질’을 통해 노동집약적 작업 과정을 거쳤다. 따라서 작품들은 단순 기물이 아닌 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오브제로 변모, 정서적 치유와 편안함까지 선사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성욱 작가의 ‘편‘ 연작 설치전경. 수애뇨339 제공

박성욱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편(片)’ 연작을 선보인다. 박 작가는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도예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편(片)’ 작업은 수천 개의 편(片)들을 반복적으로 촘촘히 나열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편이 끼워졌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풍경은 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편들은 흰색부터 푸른색까지 다양한 층의 색감을 드러낸다.

전시기획을 맡은 카다 크리에이티브 랩(KADA Creative Lab) 전혜정 대표는 "그릇의 밑바닥에 붙은 나지막한 받침을 가리키는 ‘굽’은 다른 존재를 받쳐주거나 돋보이도록 만들어 졌다"면서 "다른 존재와 ‘합’쳐져야 그 가치를 발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도 서로 의지하며 합을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