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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모차르트 ‘돈조반니’

체코 프라하에서 오페라 대성공
시민들에 대한 화답의미로 작곡

희대의 난봉꾼·파렴치한 돈후안
지옥에서 맞는 비참한 최후 그려

드라마 지오코소(Dramma giocoso per musica)란 오페라의 한 장르로서 ‘진지한 극’을 의미하는 드라마와 ‘유쾌하다’는 의미의 지오코소가 결합된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비극적 내용의 ‘오페라 세리아’와 희극적 내용의 ‘오페라 부파’가 절묘하게 결합된 18세기에 성행했던 오페라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이 있으니 ‘모차르트 예술의 절정’이라 평가받으며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오페라’로 꼽히기도 한 오페라 ‘돈조반니’다.

1786년 12월, 모차르트는 체코 프라하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이는 오스트리아 빈에서와는 대조되는 것으로 당시 빈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그다지 환영받고 있지 못했다. 이유인즉슨 오페라에 담긴 내용과 메시지가 문제였던 것이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욕정으로 가득 찬 귀족 백작을 하인 신분에 불과한 피가로가 골려주는 내용으로 오페라는 당시 신분제도의 부조리를 고발함과 동시에 평등사상을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비판적인 내용과 권선징악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오페라를 빈의 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성로마제국 보헤미아의 프라하에서는 달랐다. 이곳은 왕이 거주하고 있지 않은 지역으로 시민들은 빈에 비해 보다 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가로의 결혼’으로 대성공을 거둔 프라하 극장은 모차르트에게 두둑한 선금과 함께 새로운 오페라 한 편을 작곡해줄 것을 위촉한다. 빈과는 달리 자신의 오페라를 환호와 열광으로 이해해준 프라하 시민들에 대한 화답으로 모차르트는 이를 흔쾌히 수락한다.

모차르트는 곧장 작업에 착수해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에게 스페인의 호색한 돈 후안(Don Juan)의 이야기를 다룬 대본을 의뢰했고 4월부터 본격적인 작곡에 들어가 초가을 무렵 완성단계에 이르게 된다. 오페라 ‘돈조반니’의 조반니(Giovanni)는 후안(Juan)의 이탈리아식 표기로 오페라는 흔히 돈주앙으로 불리는 희대의 호색한이자 난봉꾼 돈주앙의 이야기로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젊은 귀족이자 호색한인 돈조반니는 여성들을 가리지 않고 농락하며 방탕한 삶을 살고 있다. 사랑을 나눴던 여성들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것은 물론이고 남편이 있거나 약혼자가 있는 여성들까지도 서슴지 않고 유혹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연인들에게 조롱을 일삼으며 심지어 살인까지도 벌이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파렴치한 돈조반니는 결국 기사장의 석상신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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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1787년 10월 4일 오페라 ‘돈조반니’를 초연하기 위해 프라하에 도착했지만 아직 서곡만은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던 10월 28일 모차르트는 하루 만에 서곡을 완성했고 그다음 날인 1787년 10월 29일 오페라 ‘돈조반니’는 마침내 프라하의 에스타테츠 극장에서 초연됐다. 서곡이 단 하루 전에 작곡됐던 만큼 충분한 리허설은 치를 수 없었지만 모든 음악적 구성은 완벽했고 모차르트는 프라하에서 또 한 번의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오페라 ‘돈조반니’중 ‘카탈로그의 아리아’

1막에 등장하는 노래로 돈조반니의 하인인 레포렐로가 부르는 아리아다. 돈조반니는 자신이 농락한 여성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록한 카탈로그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 목록을 하인 레포렐로가 노래한다. 내용인즉슨 나의 주인 돈조반니는 귀족이든 평민이든, 나이가 많던 적던 간에 가리지 않고 모든 여자를 유혹하는데 그 숫자가 무려 “이탈리아에 640명, 독일에 231명, 프랑스에 100명, 튀르키예에 91명, 그리고 스페인에 무려 1003명”이라는 내용이다. 레포렐로는 익살과 풍자를 담아 노래하지만 이 범죄 증거와도 같은 ‘카탈로그의 아리아’는 파렴치한 돈조반니의 처참한 최후를 예견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