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복 없이 대화 가능성 시사
10일전까지 양측 ‘물밑 협상’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본격적인 ‘관세 전쟁’에 들어간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때에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 조치를 내놨지만 즉각 재보복 조치를 내놓지 않고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가 발효되는 10일 전까지 양측이 물밑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시 주석과의) 통화는 적절한 때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보복 관세 조처에 대해 “괜찮다”(that’s fine)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시 주석과 24시간 내에 통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정상 간 통화는 성사되지 않았고 그 이후 나온 것이다. 앞서 중국은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10∼15%의 관세를 부과하고 희귀광물 수출 통제 등의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그것(통화)은 매우 곧(very soon) 이뤄질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 일정을 잡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 관세에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추후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한 만큼, 즉각적인 대화보다는 향후 파장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짜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국이 보복 관세 시점을 못 박은 10일 이전에 양측이 대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세부 사항이 조정되고 있다”면서 “트럼프와 시진핑 간 통화 일정은 수요일(5일)로 예정됐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보복 관세를 내놓긴 했지만, 협상의 문을 열어두고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관세 범위를 제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씨티그룹 분석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새 관세는 140억 달러(약 20조3000억 원) 규모 상품을 타깃으로 하는데 이는 2023년 기준 미국 수입품의 10%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텅스텐 등 원료들의 수출 통제도 미국 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거의 되지 않으며 구글 역시 중국에서 아주 미미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기에 중국의 대응책 대부분은 상징적일 뿐이라고 WSJ는 전했다.

중국의 주요 협상 카드로는 지난 2020년 체결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완전히 이행하지 못한 ‘1단계 무역합의’ 복원이 꼽힌다. 다만 미국이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는 펜타닐 및 파나마 운하 문제에 관해 중국이 기존 입장을 뒤엎는 입장 변화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흔들리는 미국 동맹국들과 관계 강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