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울리는 가짜뉴스… 근절법 마련 시급

■ 현장에서

“그때 그들을 멈췄어야 했는데 자그마치 10년이 흘렀네요.”

4일 통화한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 최모(59)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탄했다. 지난해 발생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조작됐다는 ‘음모론’ 영상을 올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튜버 A(61) 씨가 ‘세월호 참사 정부 자작설’을 퍼트려 징역형을 받은 ‘괴담꾼’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으면서다.(문화일보 2월 3일자 1면 참조) A 씨는 당시 온라인커뮤니티에 “세월호 참사는 정부와 해경이 자행한 학살극” “세월호 1등 항해사는 국정원 요원” 등 음모론을 주장하는 글을 635회 올렸다. 조회수만 총 429만 회에 달했다. 이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 대형참사 때마다 A 씨의 악행은 멈추지 않았다. 최 씨는 “유족들 모두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가해자 대부분은 아주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며 “10년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 정모(46) 씨도 참사 때마다 악성 루머를 퍼트려온 A 씨에 대해 분노했다. 참사 영상이 조작된 영상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고, 많은 이들이 이를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A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반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다. 정 씨는 “가짜뉴스를 방지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린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 및 유족을 대상으로 악성 게시글을 올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19명 중 구속된 이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명예훼손 혐의는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수사가 어렵다. 수사한다고 해도 구속영장 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하루빨리 관련 법을 바꿔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게 맞다. 그래야 10년간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피해자들의 분노가 반복되지 않는다.

조언 기자 advice9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