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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를 믿는 사람들은 왜 명당에 무덤, 집, 마을, 사찰, 서원, 관아, 궁궐, 대통령실 등을 지으면 번영하거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땅속을 돌아다니던 땅의 기운, 즉 지기(地氣)가 명당에서 왕성하게 솟아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지기의 개념은 고대 중국의 명당에도 있던 것일까?

중국 사람들은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가 하늘의 명을 받아 이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런 천자의 권위는 국토 전체에서는 수도에, 수도 안에서는 궁궐에, 궁궐 안에서는 명당인 정전(正殿)에 집약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러니 명당인 정전은 땅 위에서 하늘과 바로 연결된 유일한 공간이어야 하며, 고대 중국의 관념체계에서 하늘보다 한 단계 낮은 지위인 땅의 기운, 즉 지기는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고대 중국의 명당 정전은 현재 하나도 전하지 않으니 그 실물로 증명할 수는 없다. 다행히 ‘주례’의 ‘고공기’에서 제시한 이상적 수도의 조영 원리를 충실하게 따라 건설한 명나라와 청나라의 궁궐 자금성의 정전인 태화전이 현존해 참조할 수 있다. 태화전은 건물 전체가 상징들로 뒤덮여 있는데, 황제, 즉 고대의 천자를 상징하는 용(龍)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황제의 옥좌를 둘러싼 여섯 개의 나무 기둥에 용이 새겨져 있는 것은 물론 옥좌 자체와 모든 들보, 서까래에서도 용을 볼 수 있다. 특히, 천장 한가운데에는 이빨 사이에 여의주(如意珠)를 물고 있는 용이 조각돼 있다.

중국과 주변 문화권에서 용은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상상의 동물이어서, 천자·황제·임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국가 최고 통치자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도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대선 주자를 ‘용꿈을 꾸는 사람’으로 부르고 있다. 중국 고대의 천자와 그의 권위를 집약한 건축물인 정전에도 땅이 아니라 하늘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만이 가득했을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