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국부 차장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시행 30주년을 맞는 해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역사는 훨씬 길다. 1949년에 지방자치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6·25전쟁 탓에 대한민국 최초 지방선거는 1952년에 치러졌다. 당시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없었고, 기초의회(시·읍·면의회) 선거와 광역의회(도의회) 선거가 서로 다른 날에 시행됐다. 1956년엔 기초단체장(시·읍·면장) 선거가 새로 도입돼 기초의원과 같은 날에 뽑았고, 광역의회 선거만 다른 날에 치렀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1960년 4·19혁명 이후 지방자치법 개정을 거치고 나서야 도입됐다. 그해 광역의원,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을 모두 뽑았는데, 각각 다른 날에 선거를 치러 12월에 지방선거만 4번을 했다. 게다가 1961년 5·16군사정변이 일어나 ‘임시조치법’으로 지방자치를 ‘통일 이후’로 유보하면서 사실상 제도가 폐지돼버렸다. 이후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개헌이 이뤄지고 지방자치법도 부활, 1991년 지방선거가 다시 치러졌으나 단체장 선거 없이 지방의원만 뽑았다. 1995년에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뤄졌다.

제도적으로 민선 지방자치가 확립된 1995년을 기준으로 30년이 흘렀지만, 그사이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크게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무리다. 특히, 지방의회에서는 여전히 구태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서울시청까지 찾아와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준예산 체제로 민생 예산조차 집행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자, 선결처분권을 행사해 어르신 일자리,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등 25개 사업에 298억 원을 우선 집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소야대인 서대문구의회에서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이 예산 수정 동의안을 본회의에 기습 상정해 ‘날치기’ 처리했고, 이 구청장이 재의를 요구하자 구의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 구의원의 ‘공천 목줄’을 쥔 국회의원의 지시 때문에 민주당 구의원들이 예산 합의를 깼다는 분석이 많다.

충남에서는 최근 시·군의회 의장들이 평일에 술을 곁들인 오찬을 하고, 특히 오찬에 참석했던 아산시의회 의장은 술에 취한 상태로 지역 고교 졸업식 행사에 간 사실이 알려져 의장직에서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북도의회에선 민주당 소속 도의원이 도청 공무원들을 사무실로 불러 30억 원대 사업을 강요했고 관련 업자도 사무실에 같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도의원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도의회와 민주당 전북도당이 각각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초 수도권 한 기초지자체에서는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인사회가 성황리에 개최됐지만, 야당 소속 국회의원과 구의원들은 일제히 행사에 불참했다.

이론적으로야 지자체장을 선거로 뽑으니 이들을 견제할 지방의원도 선출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방의회, 특히 기초의회 단위로 가면 지역 토호(土豪)들이 ‘폼 잡는’ 자리 이상의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방의회의 3류 정치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 폐지론이 불거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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