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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문호남 기자 moonhn@munhwa.com

“당신들의 소음은 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이 골목에서 빨리 나가세요.” 서울 마포구 한 돈가스 맛집 맞은편 주택에 설치된 팻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음과 흡연, 쓰레기로 불편을 겪은 주민이 직접 만든 팻말이란다. 일상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본인 거주지 곳곳에 팻말을 꽂았을까?

사회초년생 시절, 을지로의 한 고시원에서 자취 생활을 했던 나날이 문득 떠오른다. 몸 하나 겨우 뉘일 수 있는 단칸방이었지만 도심 한가운데에서 느낄 수 있는 활기가 좋았다.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노포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장점이라 여겼던 것들은 단점이 됐다.

을지로 인쇄소와 조명가게, 공구상 등이 복고풍의 맛집으로 변하며 젊은이들이 찾는 새로운 힙플레이스가 됐다. 일명 힙지로 골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붐벼댔다. 집 주변은 종일 시끄러웠고 곳곳에 담배꽁초들이 나뒹구니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거주지를 옮겼다.

맛있고 트렌디한 식당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활력이 주민들을 지치게 한다면, 주민들은 터전에서 과연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골목은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맛집 앞 자필로 적은 팻말의 문구가 피해자의 단순한 불평이 아닌 변화를 호소하는 목소리로 들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