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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윗줄 왼쪽부터 ‘캐리’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퀸의 대각선’ ‘화차’, 아랫줄 왼쪽부터 ‘숲속의 늙은 아이들’ ‘7년의 밤’ ‘민트의 세계’ ‘보건교사 안은영’.

■ ‘페이지 터너’ 작가들 작품 정주행 찬스

큰 기대나 결심 없이 집어 든 한 권의 소설이 자리에서 술술 읽히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책을 쓰는 작가들을 ‘페이지 터너’, 즉 페이지를 쉴 새 없이 넘기게 하는 작가라고 부른다.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쇼츠, 선택지가 너무 많아 오히려 고르기 힘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일상 속에서도 매일같이 보는 이 콘텐츠들을 연휴까지 보려니 어쩐지 너무 뻔하다. 그렇다면 이 엿새간의 연휴를 페이지 터너들에게 맡겨보면 어떨까. 스티븐 킹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유정까지 이번 연휴 부담 없이 정주행할 수 있을 작가들을 모았다. ‘5분 순삭’이 아닌 ‘6일 순삭’을 만들어낼 그들의 대표작과 최신작을 소개한다.

영화로만 51편 제작… 美 호러소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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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미국의 세계적인 작가 스티븐 킹은 ‘할리우드 영화 원작소설을 가장 많은 쓴 작가’로 기네스북에 오른 장르소설의 대가다. 영화로만 51편, 드라마까지 합치면 110편이 영상화된 만큼 그의 작품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 한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샤이닝’(황금가지)을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와 비교하며 읽는 것도 연휴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스티븐 킹이 친숙한 이들이라면 그의 첫 장편소설인 ‘캐리’(황금가지)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미국의 소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기현상을 다룬 ‘캐리’는 스티븐 킹이 다루는 공포가 단순히 기이함이나 섬뜩함이 아닌 빈곤과 학대 등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50년간 글을 써온 그의 창작의 원천이 궁금할 법도 하다. 이럴 땐 지난해 출간된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황금가지)를 통해 그의 생애와 전 작품에 대한 해설을 참고해보면 된다.

日 추리소설의 대가… 출간한 책만 10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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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출간한 책만 무려 101권에 달해 ‘정주행 욕구’를 부르는 작가다. 국내에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알려졌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은 그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구축해둔 시리즈를 따라가며 읽어야 진가를 발휘한다. 대표적으로 그가 4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가가형사 시리즈’가 있다. ‘졸업’(1986)을 시작으로 지난해 출간된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북다)까지 총 12권의 이야기는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대학 시절부터 네리마 경찰서 소속으로 사건의 비밀을 수사하는 과정을 다룬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 추위를 느끼며 몰입할 수 있는 ‘설산 시리즈’도 있다. 1년에 30일을 스노보드를 타며 보내는 그의 겨울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시리즈로 ‘백은의 잭’ ‘화이트 러시’ ‘눈보라 체이스’ ‘연애의 행방’(이상 소미미디어) 등 설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다.

‘SF거장’의 흡입력…‘개미’는 일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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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몰아서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대표작인 ‘개미’ 3부작을 시작으로 천사들의 제국을 다룬 ‘타나토노트’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티프로 한 ‘신’ 6부작까지 방대한 분량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복잡한 개념이 많이 등장하고 세밀한 세계관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베르나르표 과학소설(SF)의 장점이다. 국내에서 15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데뷔작 ‘개미’가 여전히 회자되고 있지만, 그는 ‘고양이’ ‘꿀벌의 예언’ ‘퀸의 대각선’(이상 열린책들) 등 최근까지도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 고양이의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문명을 다룬 ‘고양이’와 꿀벌이 사라진 2053년 미래의 지구를 보고 온 주인공 르네의 이야기 ‘꿀벌의 예언’, 두 여성 주인공이 국제 정치무대에서 펼치는 두뇌 대결을 그린 ‘퀸의 대각선’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있다.

영화 ‘화차’의 원작자… 사회파 미스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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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가로는 일본의 미야베 미유키가 있다. 국내에서 ‘화차’(문학동네)가 이선균·김민희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주목받았지만,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모방범’(문학동네)이다. 도쿄에서 이유 없이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로 범죄 자체보다 그 사건이 불러오는 파급력, 이를테면 피해자와 목격자 등 인간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 미스터리 시리즈는 미야베 월드 2막으로 구분된다. 그중 최신작은 ‘청과 부동명왕’(북스피어)으로 아이를 갖지 못해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등 4가지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연대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렸다. 에도 시대에 ‘인간이 아닌 자’가 등장해 벌어지는 일본사회의 혼란과 파국을 그린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북스피어) 또한 좀비물과 시대극을 엮어낸 걸작이다.

여성·인권·환경 헌신… ‘노벨상 1순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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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현재 노벨문학상에 가장 가까운 작가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 그에게 아서 C 클라크 상을 쥐여준 대표작 ‘시녀 이야기’(황금가지)와 그 후속작이자 부커상 수상작인 ‘증언들’로 입문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에 앞서 한 권의 책으로 작가의 세계를 맛보는 데 소설집만 한 것이 없다. 애트우드의 소설집 ‘숲속의 늙은 아이들’(민음사)은 페미니즘 과학소설(SF)이라는 장르를 공고히 한 작가답게 여성의 삶을 달팽이의 영혼이 들어가게 된 젊은 여성부터 소녀, 중년 여성, 엄마와 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이 놀라운 저자를 더 자세히 파헤치고 싶다면 2004년부터 2021년까지 펴낸 작품을 모은 선집 ‘타오르는 질문들’(위즈덤하우스)을 읽으면 된다. 작품과 글쓰기를 비롯해 문학, 환경, 인권, 페미니즘 등 애트우드가 평생 헌신해온 주제들을 다룬 62편의 글을 담았다. 페미니즘 SF와 판타지 등 장르소설만으로 쌓아 올린 그 성과는 놀랍다.

다양하게 ‘욕망’ 변주… ‘韓 스티븐 킹’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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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미국에 스티븐 킹이 있다면 한국에는 정유정이 있다. 작가 스스로도 “문학적 스승으로 삼고 공부했다”고 할 만큼 킹의 작품을 깊이 읽고 공부한 그에게는 어느덧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에서 가장 잘 읽히는 소설을 쓰는 작가 중 한 명인 그의 ‘악의 3부작’을 이번 기회에 읽어보면 어떨까.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이상 은행나무) 3권의 책을 통해 정유정은 인간의 ‘악’과 대면하고 그것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개인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그 세계관에 이끌렸다면 다음으로 그가 집필 중인 욕망 3부작을 따라가 보자. 행복을 위해 불행요소를 하나씩 제거하는 나르시시스트의 파멸을 다룬 ‘완전한 행복’과 불멸의 가상세계와 현실을 오가는 ‘영원한 천국’(이상 은행나무)이 현재까지 출간됐다. 다가올 세 번째 작품을 기다리며 앞선 책들을 살펴보면 정 작가가 ‘악’과 ‘욕망’과 같은 한 주제를 얼마나 다양한 관점과 방식으로 바라보는지 깨닫게 된다.

얼굴없이 30년 활동… 글만으로 독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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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듀나(DJUNA)라는 필명과 토끼 프로필 외에 본명과 나이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은 얼굴 없는 작가. 그가 30년간 오직 글로만 독자들과 만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실력이 검증됐음을 의미한다. 1994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잡지와 신문 등을 통해 영화평과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만큼 그의 여러 작품 중 하나를 꼽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3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초기단편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다)도 좋고 전 인류가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설정을 공유하는 ‘아직은 신이 아니야’와 ‘민트의 세계’(이상 창비)도 흥미롭다. 영화평론가이기도 한 그의 모습을 엿보고 싶다면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구픽)를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해 현재까지 과학소설(SF)을 쓰고 있는 그의 커리어는 곧 대세가 된 한국 SF의 역사이기도 하다.

특이한 설정 스릴러… 생동감 가득 대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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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소설가 정세랑이 보여주는 활기 넘치는 세계는 자칫 무료할 수 있는 긴 연휴에 활력을 더해준다. 밝은 이야기와 무거운 이야기를 모두 다룰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작가이지만 그 가운데 연휴 분위기에 어울리는 통통 튀는 매력의 소설을 꼽자면 역시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이다. 한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이자 퇴마사로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제작된 바 있는 ‘본격 학원 명랑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의 첫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난다)는 특이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르 소설가 재화가 작품 속에서 헤어진 남자친구 용기를 아홉 번이나 죽이게 되고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새겨진다는 설정으로 정세랑의 특징인 생동감 있는 대사의 말맛이 잘 살아 있는 한편 스릴러적인 긴장까지도 더해져 있다. 그가 새롭게 시작한 ‘설자은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설자은, 불꽃을 쫓다’(문학동네)도 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