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애초 2.2% 성장에서 2.0%로 낮춘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2%에서 2.1%로 낮췄다. 한국은행 역시 1.9% 전망에서 1.6∼1.7%로 성장률을 0.2∼0.3%p 하향 조정했다. 계엄 여파로 지난해 성장률도 예상보다 0.2%p 낮은 2%에 머물렀다.

한은의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은 세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첫째는, 정례적인 공식 전망 기간이 아닌 1월에 ‘중간 전망치’를 내놨다는 점이다. 한은은 2012년 이후 예외 없이 1년에 네 번 경제 전망을 발표해 왔는데, 이번엔 달랐다.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 정국의 정치적 리스크 확대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그 결과를 대내외적으로 공유하고자 수정 전망치를 낸다는 것이다.

둘째로, 전망치 하향 조정이 대부분 ‘대내외 정치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적으로는 탄핵 프로세스가 초래할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다고 했고, 국외적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28일 경제 전망 당시 이미 트럼프의 승리는 확정됐지만, 각료들이 지명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각료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경제 전망이 상당히 수정됐을 수 있다.

셋째로, 민간 기관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1% 중반 정도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나 OECD도 2%나 그 이상을 전망하고 있고, KDI도 아직 2.0% 성장률을 고수하는데 유독 한은만 가장 낮은 1.6∼1.7%를 전망한다. 요약하자면, 대내외 정치적인 요인 때문에 가장 낮은 성장률 충격이 예상되므로 이를 공유해 의사결정과 정책 소통에 도움을 주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이런 논리라면 탄핵보다도 더 파급효과가 큰 정권교체가 발생했던 2022년 3월 초나 야당이 대승을 거둔 2024년 4월 총선 직후에도 경제 전망치를 수정해서 발표했어야 했다. 게다가 탄핵 프로세스는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고 미국 행정부 정책 또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긴 마찬가지여서 전망 자체가 매우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다. 이런 터에 정례 발표 겨우 한 달을 앞두고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는 하향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불확실성이 성장률을 수정 전망한 이유의 하나라면서도 성장률 0.2%p 하향 전망은 내수부진 때문이라고 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직간접적으로 한국 수출에 영향을 준다면 대외 부문에서 성장률이 최소한 0.1%p 이상 더 낮아져야 할 것이다.

한은 성장률 전망 능력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2024년 성장률은 2월에 2.1%로 전망했다가 5월에는 2.5%로 올렸고, 8월엔 2.4%, 11월에는 2.2%로 낮췄다. 2019년은 2.6%로 전망했지만 실적은 2.0%, 2022년은 3.0%를 전망했으나 2.6%였으며, 2023년에도 1.7%를 전망했지만 1.4%에 불과했다. 이런 불만스러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한 사과는 없이 극심한 정치 리스크 와중에 성장률을 낮춰 발표하는 게 추경을 독촉하는 건지는 몰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지 크게보기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