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 제한’ 놓고 충돌… 고려아연 주총 파행

이미지 크게보기고려아연 운명의 날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

자회사, 영풍지분 10% 전격취득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승부수’

MBK측 “SMC는 국내법인 아냐
‘의결권 제한’ 대상 될 수 없어”

23일 오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지만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의 고려아연 보유 지분(25%) 의결권 행사를 틀어막는 ‘상호출자 의결권 제한’이라는 승부수를 기습적으로 꺼내 들자,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꼼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이 고려아연 측에 유리하게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소송전으로 번지는 등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이사 수(19명) 상한 설정, 신규 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안건에 대한 심의·표결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양측이 주주명부 확인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주총은 2시간 반이 지난 11시 30분 현재까지도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으로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일반투표(단순 투표)로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만, 최 회장이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고려아연은 전날(22일) 호주에 위치한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 회장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SMC가 ㈜영풍 보유 지분을 10% 넘게 갖고 있고, ㈜영풍도 고려아연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해 상호주 관계가 성립하므로,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25%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MBK·영풍 측은 “SMC는 국내 법인이 아니어서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아연 손자회사가 해외 법인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지배를 받고 있어 상호 의결권 제한은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해외 법인이어서 향후 법적 분쟁의 여지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4%,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40.97%를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 있는 지분을 포함하면 최 회장 측은 약 39~40%, MBK·영풍 측은 46.7%로 추정된 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12명 중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신규 선임 이사 후보로 고려아연은 7명, MBK·영풍 측은 14명을 추천했다. 이사 숫자가 19명으로 제한되면 최대 선임할 수 있는 이사는 7명으로 MBK·영풍 측 이사로 모두 채워도 과반 확보가 어려워진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문화일보

문화일보

‘상호주 제한’ 놓고 충돌… 고려아연 주총 파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