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 승인 대출 등 끊길수도
한국 등 기업지원 백지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친환경 인프라 지원을 위한 3000억 달러(약 431조 원) 규모의 연방정부 자금이 지급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 자금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실행에 사용될 자금이어서, 한국 등 지원을 약속받은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에너지부(DOE) 자료를 분석한 결과 IRA와 인프라법을 근거로 에너지부가 이미 승인한 500억 달러 규모 대출과 에너지부가 검토 중인 2800억 달러 규모의 대출 요청 등 약 3300억 달러의 대출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이후 서명한 ‘미국의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 ‘그린(친환경) 인프라 자금 지원 중단’이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인프라법은 미국 인프라 개선을 위해 1조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IRA는 세금 공제와 보조금, 대출 형태로 3700억 달러를 기업에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명령으로 미시간주 유틸리티 업체 DTE에너지에 지원하기로 한 조건부 대출 90억 달러와 오리건주 유틸리티 업체 퍼시피코프에 지원하려던 35억 달러의 자금 대출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또 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설비 투자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탈리아 케이블 제조업체 프리즈미안은 해상 풍력 발전 부문용 케이블 생산 공장의 건설을 취소했다. 이에 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선임 애널리스트 롭 바넷은 “IRA와 연계된 자금 지원이나, 대출을 약속받았지만, 아직 돈이 실제로 지원되지 않은 경우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 돈이 문지방을 넘어서는 것을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중단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대미 로비 금액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IRA 등에 맞춰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새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정부와 의회를 상대할 일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원에 접수된 로비 신고 내용을 보면 삼성그룹이 총 698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SK그룹(559만 달러)△한화그룹(391만 달러)△현대자동차그룹(328만 달러) 순이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