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전쟁 빨리 끝내자” 압박

“쉬운 길이 더 낫다… 협상할 시간
푸틴과 좋은 관계… 호의 베풀것”
특사에 ‘100일내 종전’ 임무 내려

러 “근본적 안보위협 해소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고율 관세와 고강도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날 대러 추가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이번엔 관세 카드까지 꺼내 들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종전 신중론을 펼쳤다.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자”며 러시아를 향해 “만약 곧 협상하지 않으면 조만간 러시아 및 다른 국가에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쉬운 방법으로 할 수 있고, 아니면 어려운 방법으로도 할 수 있지만 쉬운 길이 더 낫다”면서 “이제는 협상할 시간이다. 더 이상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러시아 국민을 사랑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항상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나는 러시아를 해롭게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가 거의 6000만 명의 목숨을 잃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큰 호의를 베풀겠다. 지금 협상하고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대러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취임 직전 이뤄진 가자지구 휴전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결이 또 하나의 큰 치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에게 100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는 임무를 맡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드미트리 폴랸스키 차석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안보에 위해를 가한다며 이런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폴랸스키 차석대사는 “그래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협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한 일들, 우크라이나를 ‘반러시아’로 만들고 러시아와 전쟁을 준비하게 한 일들에 책임이 없지만 이 악의적인 정책을 끝낼 힘이 이제 그에게 있다”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중 약 1000명이 사망했다고 이날 BBC는 복수의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 1만1000여 명 중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 등을 모두 합친 병력 손실 규모를 4000명으로 추정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