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개인정보위, 규정위반 시정명령

40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중국 알리페이로 넘긴 카카오페이가 6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알리페이에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했으나 이용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애플 역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23일 오후 구글, 메타 등과의 개인정보보호 법령 위반 행정소송 판결이 예정된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해외 빅테크에 내린 세 번째 제재인 셈이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국외이전 규정을 위반한 카카오페이에 과징금 59억6800만 원, 애플에 과징금 24억500만 원과 과태료 22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는 이들에게 적법한 국외이전 요건을 갖추도록 시정을 명령하고 알리페이에는 카카오페이 이용자의 NSF 점수 산출 모델을 파기하라고 명령했다. NSF란 고객 신용점수를 말하며 애플은 한국에선 알리페이에 관련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조사 결과 카카오페이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전체 이용자 약 4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알리페이에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2018년 4월부터 7월 사이 최소 1590만 명의 내부고객 번호, 신분증 확인 여부, 최근 7일간 충전·결제·송금 건수 등 총 24개 항목 개인정보를 3회에 걸쳐 알리페이에 전송했고 알리페이는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페이 이용자의 NSF 점수 산출 모델을 만들었다.

심지어 카카오페이는 2019년 6월 27일부터 지난해 5월 21일까지 전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매일 알리페이에 전송했는데 누적 전송 건수는 약 542억 건에 달하고 중복을 제외하면 피해자는 약 4000만 명이다. 카카오페이 이용자 중 NSF 점수가 필요한 애플 이용자는 20% 미만이나 전체 이용자의 정보를 전송한 것이다. 알리페이는 이렇게 전송받은 개인정보로 이용자별 NSF 점수를 산출해 애플이 조회를 요청할 경우 해당 이용자 점수를 회신했다.

애플은 알리페이에 NSF 점수 산출을 포함해 각종 결제·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개인정보 처리업무를 국외에 위탁할 경우 수탁자를 개인정보처리방침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하나 이를 어긴 것이다.

한편 카카오페이의 신용정보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는 금감원도 현재 제재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 제재심의위원회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이번 사안에 대해 안전한 결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는 점과 그 근거를 소명했으나 이런 결과를 맞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향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계속해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혁·신병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