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글래스돔 서울 사무소에서 직원들이 롯데인프라셀·롯데웰푸드의 생산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롯데벤처스는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글래스돔이 글로벌 탄소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윤성호 기자

■ 혁신생태계 리포트 2025 - (6) 롯데그룹 ‘롯데벤처스’

해외 공정까지 모니터링·관리
글래스돔의 혁신 솔루션 눈길
로봇 자율주행 SW 클로봇도

롯데, 창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
美·日 등 진출 위한 캠프 열어
초기부터 투자 코스닥 상장까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모든 생산공정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찾은 서울 강남구 글래스돔 서울 사무소. 회사 직원들이 경기 안산시에 있는 롯데인프라셀 공장의 양극박 생산공정에서 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탄소발자국) 수치를 모니터링하며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양극박이란 2차전지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얇은 금속 포일을 말한다. 함진기 글래스돔 대표는 “어떤 공정에서 탄소발자국 비중이 높은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분석이 돼야만 각국의 환경 규제나 원청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자리에서는 대전 롯데웰푸드 공장에서 진행되는 초코파이 생산공정의 데이터 수집이 한창이었다. 온도나 압력, 습도 등 생산현장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현장 작업자나 관리자에게 알려 품질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글래스돔에 초기 투자를 주도한 롯데벤처스 관계자는 “처음 투자를 결정할 때는 재무적 투자(FI) 관점에서 시작했지만, 여러 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확대하면서 전략적 투자(SI)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며 “글래스돔이 보유한 탄소규제 및 스마트제조 솔루션을 활용한 협업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0월 롯데벤처스가 한·일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교류를 위해 개최한 ‘2024 엘캠프(L-CAMP) 재팬 2기’에서 이동욱 스페이스비전에이아이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롯데벤처스 제공

롯데그룹이 ‘1세대 글로벌 청년 창업가’로 꼽히는 고 신격호 창업주의 도전 정신을 계승·발전하기 위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금력이나 사업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각종 규제에 대응하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2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롯데벤처스는 이달 말 국내외 스타트업의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는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를, 올 하반기에는 일본 진출을 돕는 ‘엘캠프 재팬 3기’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진행했던 ‘엘캠프 재팬 2기’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일본 도쿄(東京) 현지 프로그램 참여를 바탕으로 현지 기업, 학계와 협업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옥외광고 플랫폼 스페이스비전에이아이와 물류 데이터 모니터링 솔루션 스타트업 윌로그는 일본 2위 이동통신 사업자 KDDI와, 차세대 스마트 음악 앨범 제작 서비스를 선보이는 네모즈랩은 일본 대표 민영 TV 방송사인 TBS와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또 QR 코드 기반 정품 인증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넥스팟솔루션은 도쿄대와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사와 베트남 법인, 일본 롯데의 롯데벤처스재팬 등 롯데벤처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물론, 26개국에 진출한 계열사 인프라를 활용해 안정적인 해외 진출과 초기 정착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2차전지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롯데인프라셀·롯데케미칼은 탄소중립 및 제조기업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 글래스돔과 손잡고 유럽연합(EU)의 2차전지 규제 대응에 나섰다. 이르면 올 상반기 EU는 2차전지를 역내에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에 탄소발자국 수치 공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2차전지를 직접 납품하는 기업과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도 규제 대상이다. 롯데벤처스는 롯데인프라셀과 글래스돔을 연결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솔루션 공급을 도왔다.

아울러 2018년 엘캠프 4기로 참석한 로봇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관제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클로봇은 롯데백화점·롯데월드 등과 실증 경험을 쌓은 끝에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롯데케미칼과 기체분리막 기반 이산화탄소 포집 실증에 나섰던 에어레인은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롯데벤처스에서 약 55억 원의 지분투자를 받는 등 협업을 지속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 이후 현재 시가총액 1000억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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