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양측의 휴전 합의가 지난 19일 오전 11시15분 발효됐다. 양측은 앞으로 6주간 1차 휴전을 통해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합의 내용을 어기는 경우 즉시 교전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이로 인해, 휴전 2단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남은 인질 전원 석방이 관건이다.

이번 전쟁의 교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다양한 기습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마스의 무장병력이 이스라엘의 뮤직 페스티벌 행사장을 급습할 때 쓴 침투 방식은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이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작전이었다. 또한, ‘아이언돔’과 같은 효과적인 무기 요격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비용 대비 효과성 문제로 비판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 전쟁은 그런 논란을 불식시켰다. 또 하나, 해결하지 못한 난제인데 일반 주민을 하마스와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이스라엘이 전쟁에 일방적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향후 더 큰 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안보관은 그 역사적 경험과 끊임없는 위협 속에 발전해 왔다.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1948년 건국 이래로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과 팔레스타인과의 갈등 등 적대적인 외교 환경 속에서 안보관을 확립했다. 이스라엘의 안보 전략은 좁은 영토를 지켜내야 하는 기민성과 하마스·헤즈볼라와 같은 무장단체 및 적대 이웃 국가들을 상대해야 하는 지정학적 현실이 요구하는 신속 정확한 정보력에 기초한 선제적 방어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안보 전략은 첨단 기술에 기반한 군사 억지력 및 미국과의 특별 동맹 관계에 토대를 두고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아브라함 협정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2020년부터 일부 아랍 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이뤘던 것도 미국의 외교적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편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 국민이 발전시켜 온 사회 분위기다. 이적(利敵)세력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 군에 대한 신뢰와 군 복무 자부심,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존경심, 국가안보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는 언론 등이 자국의 안보관과 군사력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이적세력의 존재 관련 사회 균열, 군의 명예 실추와 군 복무 자부심 약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념 논쟁, 군사기밀 유출 등이 안보 불감증, 나아가 안보 공황 상태를 보이는 현실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한국과 이스라엘은 끊임없는 안보 위협 속에서 국가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억지력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 관계를 기초로 안보를 강화했다. 더욱이 양국은 징병제와 예비군 제도 등 국민 총동원 체제에 근거한 안보 역량을 키워 왔다. 다만, 이스라엘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핵능력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핵무장국인 북한을 상대하며 미국의 핵확장억지에 의존한다. 안보가 불확실하다. 정부와 군이 국민과 하나가 돼야 할 안보 위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안보 인식과 역량이 주는 교훈은 지대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