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앞서 복귀자 명단 돌아
연세대 등 복학에 영향 가능성

‘서울대의대 복학생 블랙리스트’에 앞서 복학 의사를 보인 인제대의대생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지난 19일쯤 유포돼 이들이 결국 복학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강을 앞둔 인제대의대는 휴학 지속 시 제적 위기에 처한 학생이 50여 명에 달했는데 일부 학생들이 복학 의사를 표하자 블랙리스트가 유포된 것이다. 의료계가 학교로 돌아오려는 의대생들을 악의적인 블랙리스트로 압박하면서 복학 의사를 가진 서울대의대생, 연세대의대생 등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제대의대 학장은 지난해 12월 제적 대상인 의대생 50여 명에게 “내년에도 휴학 시 학칙에 따라 제적시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대의대 학칙에 따르면 휴학 기간은 재학 기간 중 총 4학기를 초과할 수 없다. 의대 특성상 1학기 단위 휴학은 어렵고 사실상 1년 단위 휴학만 가능하다.

제적 위기에 몰린 인제대의대생들은 복학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복귀자 명단이 돌면서 ‘조리돌림’의 표적이 되자 이들은 복학을 포기했다. 제적 위기에 몰린 의대생들은 등록금을 납부하고 수업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의대생 A 씨는 “인제대의대에서 복귀 움직임이 있었지만 블랙리스트가 돌면서 사직 전공의들이 ‘우리가 이기고 돌아가면 레지던트로 안 뽑는다’고 협박해 복귀가 무산됐다”며 “본과 3∼4학년 땐 전공의가 의대생 성적을 줄 수도 있어서 아예 성적을 나쁘게 줄 것이란 얘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전문의 B 씨는 “인제대의대 블랙리스트가 돌아 (복학 희망자들이) 다 철회했다”며 “블랙리스트로 인제대의대 복학을 막은 승리의 경험이 있으니 서울대의대를 더 거세게 몰아붙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대의대 3·4학년의 30%가 복학하자 전날 이들을 ‘친일파’로 비난하는 블랙리스트가 바로 유포됐다. 서울대의대 복학생 중 일부는 블랙리스트가 나돌자 다시 휴학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를 희망하는 의대생 C 씨는 “교육부 등 정부가 계속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니깐 학교로 돌아오고 싶은 의대생들도 ‘(사직 전공의 등 강경파들이) 결국 이기고 돌아와 내 앞길을 막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복학을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