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주한미군과 영상통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총사령관 무도회(Commander in Chief Ball)’에 참석해 경기 평택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에 근무 중인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대북정책 등 한반도 파장

한국도‘새로운 딜’필요 목소리
나경원·홍준표 “핵균형 나서야”
자체 핵보유·나토식 핵공유부터
핵무기 제조기반 확보까지 거론

NPT 엎는 위험옵션…신중론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인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핵무장론’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군축 또는 동결과 같은 ‘스몰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새로운 ‘딜’을 하면서 국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한국의 핵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뒤엎는 위험한 옵션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방미 중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SNS에 “(미국의) 주요 인사를 만나면서 점점 확신이 드는 것은 이젠 북한이 사실상 핵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이제 한국은 핵 균형을 위한 사실상 핵무장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SNS 글을 통해 “있는 북핵을 없다고 우기는 것도 잘못된 정책이고 이미 물 건너간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고 접근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이제 남은 건 남북 핵 균형 정책을 현실화시켜 북핵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이 자체 핵 관련 능력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핵 대응 방안으로는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 핵 잠재력 확보 등이 거론된다. 지난 7월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핵무기 보관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쿼드 외교장관회의 21일 마코 루비오(왼쪽 세 번째) 미국 신임 국무장관이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쿼드 외교장관회의를 가진 뒤 이와야 다케시(〃첫 번째) 일본 외무상,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두 번째) 인도 외교장관, 페니 웡(〃네 번째) 호주 외교장관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주변 안보 정세나 미국의 패권 약화를 고려하면 한국은 언젠간 핵보유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나토나 일본도 표면적으론 미국과의 동맹 체제를 계속 유지·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면에는 자강(自强)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가 북핵 용인을 선택하는 경우, 조 바이든 정부와 함께 추진해 왔던 핵 공동 작전계획이나 핵협의그룹(NCG)도 형해화될 수 있다”며 한반도 전용 핵무기를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유사시 언제든 핵무기를 제조할 기반을 갖추자는 주장도 나온다. NPT 체제에 가입해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한 한국이 NPT 위반 없이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으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거론된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 핵 잠재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본은 1988년 미국의 재처리 금지 방침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쌓아놓고 있다.

다만, NPT 체제에서 핵무장은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은 “북한처럼 온갖 경제 제재를 받더라도 핵 개발을 시도할 각오가 있다면, 핵무장의 길을 걸어도 된다”고 말했다. 한국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 여론까지 부추겨 동북아 내 ‘핵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승현·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