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美 한반도 전문가 분석

“美, 분쟁 최소화·군비통제 초점
韓 리더십 안정돼야 논의 가능”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Nuclear Power) 발언에 대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문제(problem to be solved)가 아닌 관리해야 할 문제(problem to be managed)로 인식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계속 소통하면서 비핵화의 목표를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1일(현지시간) 문화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한반도 문제를) 잘 모르는 참모들의 표현이 수정되지 않고 제공됐을 수 있다”면서도 “아예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기존과) 다르게 보는 점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사실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게 원인일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는 북한 관련 핵 문제를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가 목표인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고 그저 관리해야 할 문제로 보고 해안가의 콘도 및 카지노를 위한 부동산 기회가 결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 국장은 “북한과의 관계 심화의 일환으로 제재를 위반하려는 러시아의 의지, 그리고 중국의 느슨한 제재 이행은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 회담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한다”며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분쟁 위험을 최소화하고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성장을 제한하기 위한 군비 통제 협상에 나서는 한편, 러시아로부터 북한으로의 군사기술 이전을 중단하는 세 가지 이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트럼프의 발언은 공개 제안 수준으로 아직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정책 목표나 달성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대북 정책의 구체적인 윤곽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광범위한 목표와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한반도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스나이더 소장은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다양한 수준에서 계속해서 대화하고 또 조율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며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이 안정되면 혹은 즉각적인 필요가 발생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서울에 명확한 리더십이 없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의견을 묻고 논의하는 절차 없이 대북 정책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군비 통제 협정을 추진하더라도 미국의 장기적인 목표는 여전히 비핵화라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