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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초록우산 회장賞 - 오시현 충남여고 학생

To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셨던 할머니께.

할머니 오랜만이에요. 저 막내 손녀 시현이! 벌써 할머니가 떠난 지 6개월이 넘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할머니가 없는 내 삶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힘들었어요.

항상 나를 응원해주시고 제 편이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나 시험 잘 봤냐고 다음에 잘 보면 된다고, 또 아빠한테 시현이는 잘 지내냐고 시현이는 아픈 곳은 없냐고 밥은 잘 먹냐고 물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께 전화도 잘 안 하고 할머니 뵈러 잘 가지도 않은 나인데 그래도 날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우리가 할머니 집 간다고 했을 때 아프셔도 우리를 위해서 맛있는 화채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어요. 나 아직 그 맛을 잊지 못해요. 그때 그 화채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많이 먹을걸….

할머니 별도 색깔마다 온도가 다르대요. 파란 계열이 제일 뜨겁고 붉은 계열들이 제일 차갑대요. 그러니까 할머니는 딱 적당한 온도인 하얀 별 근처에서 저 지켜봐 주세요. 나 꼭 할머니께 사랑스러운 손녀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할머니가 나한테 해주신 것처럼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이 될게요. 내 남은 삶들은 할머니 없이 보내야 해서 슬프지만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열심히 에너지 넘치게 살아갈게요. 항상 오빠보다 저를 더 사랑해주시고 언니보다 저를 보고 싶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짜증이 많고, 말도 잘 안 듣던 저를 정성껏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잘 클 수 있던 것 같아요.

내가 항상 하는 말 있잖아요. 나 보고 싶어도 울지 말라는 말, 이제 내가 하는 말이 아닌 할머니가 해야 하는 말이 되었고 이제 내가 보고 싶어서 우네요. 난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냥 한번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요즘 할머니한테 못 해 드렸던 거를 할아버지께 해드리고 있어요. 가끔 먹을 것도 사드리고 있어요. 그니까 할아버지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쉬고 계셔 주세요. 만약에 다음 생이 있다면 할머니 다음 생에는 내 손녀로 태어나시고, 내 다음 생에는 내가 다시 손녀로 태어날게요. 우리 그때는 못했던 것들 다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요.

할머니께서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내게 할머니는 목숨 같은 존재였어요. 그만큼 내게 할머니는 없어서는 안 되고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였단 사실을 알아주셨음 좋겠어요.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꿈에서 만나요.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