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난입 사태와 ‘재판 정치’ 의구심

김기윤 변호사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력 난입 사건은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일부 시위대가 법원 건물에 난입해 시설을 파손하고, 사법부의 권위를 공공연히 훼손한 것은 우리 사회가 법의 원칙 위에 서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물리적 손실이나 질서 훼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과 신뢰를 흔든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법원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판결이 내려지는 곳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상징적 장소다. 이런 법원이 폭력과 위협에 노출된 만큼 법치주의의 근본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이 사건은 사법부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사법부 스스로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했는가?” 사법부는 오직 법적 근거와 원칙에 따라 판단하며, 어떤 정치적 세력이나 사회적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폭력 시위나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사법부가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해 ‘폭력에 관대하다’는 인식을 준 사례들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 퇴진 집회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 4명과, 대통령 관저 인근 민노총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선례는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에서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사법부의 권위와 법치주의를 스스로 손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사법부가 스스로의 독립성을 지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폭력적 시위와 난동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함으로써 정치적 압력과 폭력 앞에서 법의 권위가 절대 침해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해야 한다. 오직 법과 원칙만을 기준으로 판단함으로써 ‘재판으로 정치한다’는 정치적 의심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독립적인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건조물침입,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등 법적 혐의가 명백히 적용되는 사안에 대해선 법률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하며, 엄정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특히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위협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사법부는 특히 판결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히 보장하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마련해 법적 판단의 결과가 정치적 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사건에 대해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철저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 사법부는 물론 법치주의 또한 설 자리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법관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적 신념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는 사명감이 요구된다.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며, 사법부는 그 원칙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이 단순히 일부 시위대의 형사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재판으로 정치한다’는 정치적 의심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기윤 변호사

문화일보

문화일보

법원 난입 사태와 ‘재판 정치’ 의구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