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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이 얼마나 천재인지 다시 느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이 ‘라벨:피아노 독주 전곡집’(사진) 발매를 기해 20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신보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것으로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12곡이 실려있다.

조성진은 “작곡가들이 쓴 위대한 곡을 연주하며 천재들의 음악 세계를 조금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한, 자신에 대해서는 “평범한 연주자”라고 몸을 낮췄다.

앨범은 조성진이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에 먼저 제안했다.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로 꼽히는 드뷔시와 라벨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드뷔시는 낭만적이고 자유롭고 라벨은 지적이고 완벽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차르트나 베토벤만큼 곡이 많진 않아도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면서 “이번 앨범으로 더 많은 사람이 라벨의 음악을 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로 활동 중인 조성진은 오는 25일 빈 콘체르트하우스 독주회를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3월엔 미국, 4∼5월엔 유럽, 6월엔 국내 무대가 이어진다. 이번에 녹음한 라벨 피아노 전곡을 선보일 생각. 그는 “이 프로그램을 한번 해봤는데 3시간이 걸렸다”면서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는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웃었다. “하지만 라벨의 음악을 관객과 공유하고, 저 역시 라벨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뿌듯함이 더 컸습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