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차벽’에 둘러싸인 헌재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사건 3차 변론에 출석하기로 한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가 경찰버스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박윤슬 기자

■ 현직대통령 첫 헌재 변론

야당의 ‘무차별 탄핵공세’ 겨냥
한덕수·이상민·최재해·이진숙
‘무더기 증인’ 추가 신청하면서
헌재 탄핵심판 ‘시간끌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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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 혐의로 19일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미결 수용자 신분으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변론에 나선다. 윤 대통령이 사전 녹화 영상이 아닌 공개석상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21일 오전 SNS에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2시 헌재 탄핵심판 변론 법정에 출석해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후 변론기일에도 가능한 한 모두 출석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 탄핵심판 발언대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라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는 불법·무효 등을 내세워 거부하면서도 헌재 탄핵심판에 출석해 발언하는 것은 비상계엄이 부정선거 의혹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강변함으로써 탄핵안 기각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개된 탄핵 심판정에서 직접 육성변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 등을 강조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성명 불상 투표관리관 등 최소 24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야당의 무차별 탄핵 공세 등을 겨냥한 증인신청으로, 탄핵심판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위해 계산된 증인신청이라는 평가다. 이날 변론에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기관에 계엄군 병력이 투입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도 재생될 예정이다.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이 CCTV 영상 등을 증거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될 경우 재생해 시청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에서 제출한 증거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수사기록, 윤 대통령 영상 메시지 등을 증거로 채택할지도 이날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발언 기회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장 신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은 공수처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속 상태이지만 헌재 변론은 피청구인 출석이 원칙이기에 윤 대통령이 출석 의사를 밝히면 공수처가 이를 막기는 어렵다. 앞선 두 차례 헌재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에 따른 신변 안전 우려로 불출석했는데 구속 상태에서는 헌재 출석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점도 출석에 영향을 줬다.

윤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헌재 재판정에 나타날지도 관심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나섰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은 당시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호송차를 타고 헌재에 도착한 뒤 주차장에서 심판정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희망하면 공개되지 않는 별도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의가 아닌 양복을 착용하고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선형·이후민·손기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