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 경험’이 위협인 이유

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比亞迪·BYD)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중국인 친구에게 비야디의 이미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곧장 비야디를 ‘경험’해 봤냐고, 비야디 대표 모델들의 가격을 알고 있냐고 되묻고는 비야디는 뛰어난 가성비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이라 했다. 비야디의 베스트셀러인 ‘친(秦)플러스’ 가격은 10만 위안(약 1988만 원)도 안 되는 9만9800위안부터 시작한다. 저가형 해치백 ‘하이어우(海鷗·갈매기)’의 가격은 7만3800∼8만9800위안이다. 비야디를 타본 이들은 조용하다고, 내부 공간이 넓다고, 움직임이 부드럽다고 입을 모은다.

비야디가 한국 승용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 선보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는 상위 트림도 3000만 원대 초반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기존 유럽 출시 가격 4만 유로(약 6000만 원)대, 일본 출시 가격 440만 엔(약 4000만 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비야디가 넘어야 할 큰 산인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격 경쟁력으로 뛰어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 16일 승용 브랜드 론칭 미디어 쇼케이스를 연 비야디코리아는 차량 목표 판매량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대신 비야디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경험’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현명한 목표 설정이다. 전기차에 대한,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우려와 공포가 있는 상황에서 “타보니 괜찮더라”는 여론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할 터다. 실제로 비야디를 경험해보지 않은 주변 지인들은 비야디 차량을 구입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없다”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으나, 중국에서 수년을 살아오며 비야디를 경험해온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고려해 볼 만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알아볼 예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테슬라 차주인 지인은 얼마 전 중국 여행을 와 비야디 프리미엄 차량을 타보더니 “테슬라와 다른 게 없다”며 놀라워했다.

중국의 대표 전자기업인 샤오미(小米) 역시 최근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60만 원에 출시하며 본격 한국 진출을 알렸다. 중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에 이어 로보락, 비야디, 샤오미까지 그야말로 중국산의 ‘전방위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우리 산업계에 큰 위협이다. 실제로 5년 전 한국에 진출한 로보락은 단숨에 삼성, LG를 제치고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5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어쩌다 잘 만든 제품, ‘대륙의 실수’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 유럽 등의 ‘관세 폭탄’ 공격을 앞둔 중국에 지금 한국은 꼭 필요한 시장이다. 물론 중국산 제품에 해킹,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이 있지만, 제품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생각보다 괜찮더라”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이를 버텨낼 수 있을까. 개인정보도 소중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 속 가성비는 필수 요소다. 벌써부터 한국의 전기차 동호회 카페엔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긴장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애국심으로 물건을 사주기를 바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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