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복구 나선 직원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에 집단 난입한 사태가 벌어진 다음 날인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관계자들이 시위대에 의해 깨진 유리창을 보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서부지법 난동현장 가보니…

로비 곳곳에 유리·시멘트 파편
불안감 속 법원 정상업무 나서

현장 경찰들 “조짐 있었는데…”
내부서도 ‘지휘부 책임론’ 커져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튿날인 20일 서부지법 건물 내·외부는 시위대가 남기고 간 상흔과 쓰레기로 여전히 초토화된 상태였다. 전날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하며 깨진 법원 1층 유리창은 그대로였고, 합판을 덧대어 바람만 겨우 막은 상태였다. 건물 1층 외벽은 산산조각 나, 시멘트 파편이 법원 바깥 담벼락까지 쌓여 있었다. 쓰레기 수거 차량 여러 대가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와 파손된 집기와 유리 파편, 쓰레기 등을 실어 날랐다.

서부지법은 이날 예정대로 재판을 여는 등 정상 업무를 한다고 밝혔지만 긴장감은 가시지 않았다. 법원 주변으로는 바리케이드와 경찰 가림막이 설치됐고, 직원 외 인원은 출입과 통행이 제한됐다. 담장에는 ‘좌파 판사 카르텔 척결’이라고 적힌 종이가 그대로 붙어 있고 곳곳에 ‘대통령을 석방하라’ ‘위조공문 불법침탈’ 등이 적힌 손팻말이 찢어진 채 나뒹굴고 있다. 서부지법 앞에서 만난 민원업무 담당 직원 A 씨는 “번호표 뽑는 기계부터 직원 컴퓨터까지 다 망가졌다”며 “시위대가 민원인인 척 들어와서 내부에서 또다시 폭동을 일으킬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직원 B 씨도 “지금이야 경찰들이 지켜주고 있지만 이 상황이 하루 이틀로 안 끝날 텐데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며 “직원들이 있을 때 폭동이 일어나면 어떡하냐”며 우려했다.

전날 오전 3시 20분쯤 서부지법에 난입한 수백 명의 시위대는 민원실 집기와 컴퓨터 등을 파손했을 뿐 아니라 판사들의 개인 집무실이 있는 7층까지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 4만4000여 명은 오전 3시쯤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분노를 쏟아내며 경찰과 몸싸움하기 시작했다. ‘폭도’로 변한 시위대 중 일부는 경찰의 경계가 약했던 법원 후문으로 이동해 “(구속영장 발부한) 차은경 판사 찾아라” “다 부숴”를 외치며 경찰의 방패를 뺏어 법원 창문을 부수고, 경찰에게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경찰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서부지법에 기동대 48개(2900여 명)를 배치했다가 윤 대통령 구속영장 실질심사 종료 후에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예상하지 못하고 13개(780여 명)만 남기고 철수시켰다. 경찰 저지가 뚫리고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한 후문 쪽 경찰 인력은 수십 명에 불과했고 경찰 버스 차벽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 지휘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다음 카페 ‘경찰사랑’ 현직 게시판에는 “누가 봐도 후문 쪽은 너무 허술해 보였는데 대비를 거의 안 시켰다” “방관한 현장 지휘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린아·이재희·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