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7년 1월 21일 미 수도 워싱턴 DC ‘여성들의 행진’ 인파 속 한 여성이 분홍모자를 쓴 채 트럼프 취임 반대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앞두고 8년 전과 마찬가지로 미 수도 워싱턴 DC에서 반 트럼프 시위 ‘국민들의 행진’이 열렸지만,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18일(현지시간) BBC 등은 미 수도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물러나야 한다” 등 구호가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반트럼프 시위에 약 5000명 규모의 사람이 참여하며, 2017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첫 취임 당시 약 50만 명이 모였던 규모보다 대폭 축소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며 사실상 ‘완승’으로 재당선됐으며, 흑인 여성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 등으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들의 행진’(The People‘s March)이라 불리는 반트럼프 시위는 2017년 트럼프 1기 때 시위를 조직한 단체에 의해 진행됐으며, ‘트럼피즘’(트럼프주의)에 맞서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트럼프 시위 참석자들은 주로 ‘분홍색 고양이 모자’를 쓴 여성들이었다. 이는 8년 전부터 고양이라는 의미 외에 속어로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푸시(Pussy)’를 써서 트럼프 당선인의 여성 혐오증과 성희롱 전력 등을 저격하는 의미로, 반트럼프 시위에 주로 활용돼 왔다.

이러한 여성들의 움직임은 트럼프 당선인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뜻) 의제에 맞서는 상징으로 남았고, 이후 민주당이 반 트럼프 진영을 통합해 정권을 되찾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시위, 총기 폭력 반대 시위, 경찰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인권 시위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여성들의 행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캐롤라인 워터먼(59)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투표한 백인 여성 동료들이 너무 부끄럽고 참담해서 이번 시위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터먼은 “지금은 절망에 빠져 행진을 한다 해도 그걸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