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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존중받길 원한다. 평등 의식이 강한 한국인은 특히 그렇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유난히 민감하다. 특히 누군가 직업적인 이유로 자신을 하대하는 듯 보이면 강하게 반발한다. 100년 전 한국인의 모습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1925년 1월 20일 조선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보인다.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예기업(藝妓業·기생이 가무 등 예능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하는 30여 명의 기생은 요리점에 출입할 때는 반드시 인력거를 타고 왕래하더니, 지난 1월 17일에는 그 예기 조합의 전속이나 다름없이 여러 해 동안 타고 다니던 일본인 경영의 구보조(久保組)란 인력거 조합의 인력거꾼들이 기생들을 대하여 쓰는 말법이 항상 무례하다고 하여, 기생 중 2∼3명이 중심이 되어 이제부터는 절대로 인력거를 타지 않기로 동맹하고 그날부터 실행하여 요리점 같은데 왕래할 때에도 활기있는 인간답게 도보로 왕래하는 중이다. 30여 명의 중요한 고객을 일조(一朝·하루아침)에 잃어버린 구보조 주인은 그날로 곧 예기 조합을 심방(尋訪·방문해서 찾아봄)하고 “이제부터는 존경사(尊敬辭·존칭을 하며 공대하는 말투)를 쓰게 할 터이니 제발 계속하여 인력거를 타 달라”고 백배 애걸을 하였으나, 기생들이 하는 말은 “인력거 타지 않는 것은 결코 언사의 존경사를 쓰고 아니 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의식이 없던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인력거꾼들이 피땀을 흘리면서 끄는 인력거를 타고 다녔었으나, 인력거꾼도 마찬가지 사람으로 부득이 그 같은 고초를 겪고 있는 이상, 조금이라도 깨달음이 있는 우리로서는 이제부터는 결코 마음속에 숨은 인간성의 가책이 두려워서 사람을 타고 다니는 일은 사람으로서 못할 일이다”고 하였다. 인력거 주인은 머리를 긁고 돌아갔다는데 일반은 화류계의 사상이 그처럼 진보된 데 대하여 놀라는 모양이며 그 문제의 진행되는 것을 주목하는 중이라더라.

이 기사에 대해서는 다음날인 21일 매일신보의 가십난에 “사람이 사람을 태워서 벌이하는 것과 사람이 사람을 미혹(迷惑·홀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함)케 하여 그 피를 빨아먹는 것과 과연 어떤 것이 인도상(人道上·사람의 도리로) 차마 못 할 일인가? 정말 인도(人道)를 찾으려면 먼저 기생을 그만두는 것이 순서일 듯”이라는 반박의 의견이 실리기도 했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