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 개발 자회사인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가 탑재될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경쟁

소프트웨어 중심車 글로벌 시장
2032년까지 366조원 규모 전망

현대차 ‘알렉사’탑재車 美 출시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 테스트도

현대모비스는 홀로그래픽 HUD
BMW도 파노라믹 신기술 활용

자동차 업계가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개발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를 비롯해 부품사들은 차량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각종 시스템을 연결해 운전자의 편의 사양을 높이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일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장은 지난 2022년 358억 달러(약 52조5902억 원) 규모였다. 2032년까지 2498억 달러(366조9562억 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2.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및 부품사들은 신기술 개발·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빅테크 그룹과 협력을 강화해 모빌리티에 적용 가능한 기술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올해부터 미국에서 출시하는 차세대 차량에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적용할 계획이다. 알렉사는 아마존이 2014년 처음 선보인 AI 플랫폼으로 아마존의 에코(Echo) 스피커 등 제품에 탑재됐다. 자동차에 알렉사가 장착되면 운전자는 최신 교통 정보 업데이트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차량 내 미디어 플레이어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 개발 자회사인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웨이모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차 전기차인 아이오닉5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산된 아이오닉5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Waymo One)’에 투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올해 말부터 웨이모 드라이버가 탑재된 아이오닉 5차량의 초기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뒤 수년 안에 웨이모 원 서비스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기아는 소형 SUV인 ‘더 기아 EV3’에 기아 전기차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기아 어시스턴트’를 탑재하고 차량과 운전자의 양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기아는 향후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전용 전기차를 중심으로 확대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독일의 광학 기업 자이스와 손잡고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투명 디스플레이(홀로그래픽 HUD)’ 기술을 개발했다. 홀로그래픽 HUD는 차량 전면 유리창(윈드실드)을 일종의 스크린으로 활용해 운전자가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거나 음악·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두 회사는 2027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현대모비스의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홀로그래픽 HUD)’, BMW의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iDrive)’, 기아 EV3에 탑재된 ‘기아 어시스턴트’. 각사 제공

KG모빌리티(KGM)는 자율주행 전문 기업들과 함께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선행 개발을 통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6개 단계(레벨0∼5) 중 레벨4는 사람이 사실상 운전에 관여하지 않는 거의 완전한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앞서 KGM은 자율주행 기술 기업 에스더블유엠(SWM)과 기술 협력으로 국내 최초 심야 자율주행 택시 코란도 이모션(현 코란도 EV)을 개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국내 첫 심야 자율주행 택시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운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회사는 향후 강남구 논현동·삼성동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수입차 브랜드도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독일 BMW는 최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5’에서 ‘BMW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BMW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는 현대모비스의 HUD 기술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앞유리를 HUD로 활용하도록 한 기술이다. 운전자가 자신의 시야 높이에 맞게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각종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올해 말부터 양산 예정인 BMW 노이어 클라쎄 모델을 시작으로 모든 신형 BMW 모델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AI인 ‘챗GPT’를 탑재한 신차를 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브랜드인 ‘ID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 골프, 티구안 등에 자사 음성 서비스인 IDA 음성 어시스턴트와 챗GPT를 통합한 지능형 음성 비서 ‘IDA’를 적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2023년 6월 미국 내에서 판매된 일부 차량에 챗GPT를 시범 적용한 뒤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