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기아·탈수로 숨진 듯
“아파르트헤이트後 최악 학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폐금광 불법 채굴을 막겠다며 물과 식량 반입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광부 80여 명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지 노동 단체는 이번 사건을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최악의 학살”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16일 남아공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전날까지 스틸폰테인 광산에서 벌어진 구조작업 결과, 시신 87구가 수습되고, 지하에 있던 광부 246명이 구조됐다. 구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수습한 시신 9구를 포함하면 사망자는 최소 87명에 달한다. 사망자 대부분은 기아와 탈수 증세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된 이들은 불법 채굴 및 불법 이민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이번 사고는 정부의 강력한 불법 채굴 단속 탓에 벌어졌다. 남아공 정부와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폐금광에서 벌어지는 불법 채굴을 막는다며 광부들과 대치해왔다. 특히 11월에는 불법 채굴꾼을 지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며 물과 식량 반입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물과 식량이 반입되지 못하면서 광부들이 기아와 탈수 증세로 대거 사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쿰부조 내무장관은 “그들 스스로 불법 광산에 들어간 것이지 우리는 보낸 적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광부들이 다른 여러 갱도를 통해 충분히 나올 수 있었지만 체포될 것을 우려해 나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단체는 이에 대해 당국의 잔인한 단속으로 벌어진 참사라며 비판했다. 남아공 일반산업노동조합(GIWUSA)은 성명을 통해 “스틸폰테인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국가가 설계한 최악의 학살 현장이라는 영구적인 악명을 얻게 됐다”며 비난했다.

남아공 노동조합연합(SAFTU)도 “채굴꾼들이 불법 활동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을) 굶어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