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상충… 의구심 제기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이 지난해 경제성장률 5.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목표로 제시했던 ‘5% 안팎’ 성장에 맞는 것이자, 4% 후반대를 예상했던 해외 기관들의 전망을 뛰어넘는 수치다. 다만 실제 체감되는 경기 상황과 다른 수치여서 신뢰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또 2023년 성장률(5.2%)보다 낮아져 성장세 둔화가 확인된 데다 대중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으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134조9084억 위안(약 2경6797조 원)으로 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은 5.3%, 2분기 4.7%, 3분기 4.6%였으나 4분기 성장률이 5.4%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성장률은 5.0%가 됐다. 이는 블룸버그통신과 AFP통신 등이 전날 예측한 4.9%를 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당초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최근 발표된 다른 경제 지표들이 경기 부진을 나타내고 있어 중국의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AFP통신은 “수십 년 만의 가장 느린 성장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날 발표한 성장률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가 내놓는 수치와 달리 많은 중국 국민이 경제가 침체됐다고 느낀다”며 “공식 발표에 대한 중국 국민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성장률 공식 수치는 5%에 가깝지만 실제 수치는 2% 정도일 것”이라고 한 유명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격노에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로 쏠린다. 중국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와 함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성장률은 ‘5% 안팎’이 제시될 것으로 보이나 실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로이터통신은 4.5%, AFP는 4.4%, 세계은행(WB)은 4.5%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