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까지 하루 4.7개꼴
불황 장기화에 위기감 더 확산

고환율, 내수 침체 등의 여파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법인 파산신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수의 대기업 그룹 중 한 곳이 ‘지라시(사설 정보지)’에 휘청이는 등 자본시장 안팎에는 올해 어떤 기업이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17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신청은 11월까지 1745건(누적)에 달해 전년 동기(1509건) 대비 15.6%(236건) 증가했다. 지난해 11월까지 하루꼴로 4.7개 기업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는 뜻이다. 회생신청도 984건에 달했다. 법원은 회생과 파산을 합쳐 도산신청으로 분류하는데 지난해 총 도산신청은 2729건으로 2023년(2681건)을 넘어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내수 침체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 업체와 건설 업체들이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부문의 신규 연체액이 3조1000억 원 넘게 발생하는 등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기업 상황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채권시장 발작을 일으킨 ‘레고랜드 사태’가 2년 넘게 지났지만 연말 채권 만기가 돌아올 때 상환 혹은 대출 연장 실패 가능성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재무약정 위반이 발생하자 지난해 11월 롯데그룹은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가용예금이 15조4000억 원이라고 공개하며 소문 진화에 나섰지만, 롯데렌탈과 롯데백화점 점포 매각 등 실제 자산 매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내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대출 지원 등으로 이연됐던 ‘코로나 청구서’가 올해부터 현실화할 조짐으로 하반기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계가 크다”며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 등 그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주력 산업들이 복합 경제 위기 속에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