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운영까지 전과정 대응
원전업계 ‘韓美 글로벌 드림팀’

양국 역할·참여 비중은 ‘베일속’
한국, 합의 위해 한발 물러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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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17일 타결되면서 한국 원전업계의 해외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 측과 웨스팅하우스가 ‘팀 코러스(Korus)’로 해외 원전 시장에 진출할 경우 웨스팅하우스가 어떤 역할과 비중으로 참여할지는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베일에 가려진 상태인 만큼 한국 측이 체코 원전 등 해외 진출을 위해 한 발짝 양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이날 “양측(한수원 및 웨스팅하우스)이 이번 합의를 통해 지난 약 50년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한전도 양측 간 법적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해외 원전 수주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전은 한수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당시 주계약자였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이날 “이번 합의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서 한전·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한·미 간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패트릭 프래그먼 웨스팅하우스 CEO도 “한전·한수원과 이 중요한 현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우리는 원전을 더 큰 규모로 도입하기 위해 협력할 기회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합의는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발생한 양측의 지재권 분쟁 해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미 원전업계가 팀 코러스로 협력할 경우 원전 설계·시공·운영 등 원전 생애 전주기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드림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중동·인도·북미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하는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의 시장 장악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협력 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한수원 등 한국 측과 웨스팅하우스가 협력 과정에서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지는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유럽은 공동진출, 중동 등 기타 지역은 한국 단독진출 같은 지역 분담 방식과 지역을 막론하고 웨스팅하우스가 지재권을 바탕으로 모든 원자로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수원이 한국형 원자로 핵심 부품·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웨스팅하우스의 분쟁에 대응하던 것에서 이번 합의를 위해 한 발짝 물러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원자력 분야 전문가는 “지금 합의를 봤다는 사실은 당장 체코 원전 수출에는 지장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지만 그 합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만일 웨스팅하우스에 남아 있는 지재권 문제를 돈을 주고 해결했다면 다음에도 그런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희·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