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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PGA ‘뱀띠 스타’ 노승희 “올해 다시 우승 도전”

작년 한국女오픈서 생애 첫 우승
OK저축은행 읏맨 오픈도 제패
시즌 최다 ‘100라운드’ 기록도

“비거리 약점 5번 유틸로 채우고
그린 주변선 공격적으로 플레이
꾸준하게 성장하는 선수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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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강철 체력에 비거리 약점을 지우는 5번 유틸리티 클럽, 그리고 예리하게 벼른 아이언과 어프로치까지 더했다. 스물넷 뱀띠 노승희가 202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천하통일’을 노린다.

지난해 KLPGA투어는 유독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3승씩 기록한 공동 다승왕이 무려 5명(이예원·박현경·박지영·배소현·마다솜)이나 탄생했다. 여기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윤이나가 우승 1회, 준우승 4회, 3위 세 차례 등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하며 대상과 상금, 평균타수 부문 1위를 싹쓸이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이런 복잡한 우승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선수가 있다. 노승희는 자신의 프로 5번째 시즌, 120번째 KLPGA투어 출전 대회였던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메이저 트로피와 함께했다. 그리고 다시 10번째 대회 만에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맛봤다. 덕분에 노승희는 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KLPGA 대상 시상식에 초대되는 등 바쁜 일정까지 소화했다. 오는 19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노승희와 전화로 만났다.

노승희는 2024년 모든 대회 일정을 마친 뒤 잠시 숨을 돌렸을 뿐, 곧바로 2025년을 대비한 체력 훈련을 개시했다. “우승을 하고 나면 세상이 달라질 것만 같았다”는 그는 “그런데 내가 우승해도 다음 주에 다른 우승자가 나오는 상황이 반복됐다. 매주 새로운 대회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도 똑같았다. 우승했다고 새 시즌 준비가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래서 2025년은 다시 첫 승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전지훈련을 앞둔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노승희는 2024년 KLPGA투어에서 데뷔 후 첫 승을 포함한 2승을 거둔 것 외에 31개 전 대회 출전과 시즌 최다 라운드(100라운드), 연속 컷 통과(45개 대회 연속), 그리고 시즌 최다 버디(344개)로 화제가 됐다. 경기 중 그린을 놓치고도 파 이상을 기록하는 확률인 ‘리커버리율’에서 1위(70.2882%)를 기록한 것도 노승희의 이름을 골프팬에게 확실하게 알린 이유였다.

이미지 크게보기 노승희는 지난해 한국여자오픈(왼쪽)과 OK저축은행 읏맨 오픈(가운데)에서 차례로 우승했다. 오른쪽은 프로필 촬영 모습. KLPGA·본인 제공

프로 데뷔 후 매해 가능한 모든 대회에 출전했던 노승희가 앞선 4시즌과 달리 고대했던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그리고 오래지 않아 또 한 번의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노승희는 고민 없이 “우승의 비결은 기량 향상”이라고 명쾌한 답을 내렸다.

노승희는 2023시즌이 끝난 뒤 스스로 장기라고 생각하는 아이언샷, 특히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에 집중했다. 곧장 우승하기 위한 ‘무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조금 더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한 ‘밑거름’이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가 자신이 생기면 아이언샷을 할 때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프로치를 너무 못했다”는 노승희는 “어프로치를 잘하게 되면 아이언샷을 실수해도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2024년에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최다 버디의 비결이 겨우내 다듬은 어프로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 위 노승희의 비밀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자신의 약점을 확실하게 대신하기 위한 5번 유틸리티다. 드라이버샷을 최대한 멀리 보내고, 짧은 아이언이나 웨지로 그린에 올려 마무리하는 경기 방식이 최근 골프계에선 우승 공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노승희는 장타자가 아니다. 2024년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34.2629야드로 기록이 집계된 115명 가운데 71위다. 투어 평균인 237.048야드에도 조금 못 미친다.

“장타자가 아니다 보니 전장이 긴 코스에서 티샷을 하면 거리가 많이 남는다”는 노승희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5번 아이언 대신 5번 유틸리티 연습을 많이 했다. 아이언샷은 원래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5번 유틸리티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타는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나도 거리를 조금이라도 늘려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갑자기 비거리 1위가 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없는 것보다는 할 수 있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라고 5번 유틸리티를 애용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노승희는 프로 데뷔 때부터 자신을 지도하는 김국환 코치와 함께한 지난해 동계 전지훈련에서 그린 주변 어프로치의 날을 바짝 세운 덕분에 시즌 2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얻었다. 노승희는 올해도 더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 또 하나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노승희는 “투어 생활을 하다 보니 꾸준하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선수로서 가장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선배 언니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며 “나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아이언샷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향상됐지만 조금 더 정교한 아이언샷을 만들려고 한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중거리 퍼트도 조금 더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노승희의 목표는 ‘갑자기 반짝하기보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선수’다. 스물넷 ‘뱀띠’인 노승희의 올해 소망은 무엇일까.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노승희는 “특히 작년보다 골프 기량도 멘털도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대회 중에 실수하더라도 화내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고 새해 목표를 세웠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