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사 재검토 등 ‘잔불 정리’
민주당, 기소전 특검법 통과 추진
국힘은 독자안으로 이탈표 막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추진 중인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별검사에 대한 무용론이 법조계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기소한 후 특검이 본격 가동될 경우 수사 범위 등이 제약될 수 있어서다. 검찰이 내란 혐의로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 특검은 사실상 기존 수사 내용을 재검토하거나 주변부 혐의를 수사하는 ‘잔불 정리’ 역할을 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문화일보 통화에서 “당장 검찰이 윤 대통령 체포 시점에서 20일 이내 내란죄 혐의 기소 판단을 할 텐데, 특검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검찰이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는 순간 특검 필요성의 가장 큰 이유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검찰 등에 대한 수사권 논란도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피의자를 체포하면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20일 내로 재판에 넘겨야 한다.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출범하기 전에 윤 대통령이 기소될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체포로 특검이 필요 없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동혁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 체포로 내란죄 혐의 기소 시점까지 예측 가능해진 상황”이라며 “내란죄 수사를 못 하는 특검이 필요한 이유는 더더욱 없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 기소 후 특검의 역할은 기존 수사 재검토, 공소 유지 등으로 제한된다. 특검법 규정에 따라 외환 행위나 새롭게 인지된 사건, 수사 기관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수사할 수는 있지만 비상계엄 사태 핵심 관련자들이 대부분 구속 기소된 상태여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기소 전 특검 출범을 목표로 시계를 더욱 빠르게 돌리고 있다. 우선 여야 합의를 통해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날이라도 특검법을 발의하면 곧바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란 특검법 처리를 위해 이날 늦은 오후라도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 특검 무용론이 나오는데도 국민의힘이 계엄 특검법 자체안 발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당 내부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독자안을 내지 않으면 야당 특검안을 국회에서 재의결하게 될 때, 가결 정족수를 채우는 이탈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정혜·윤정선·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