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Guatemala Corruption Fight Backlash 2019년 과테말라 전 대통령 오토 페레즈 몰리나가 뇌물 수뢰를 비롯해 각종 비위 문제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AP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의 체포 사례를 놓고 ‘남미 국가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과 관련, 최근 30여 년간 중남미에서도 현직 대통령이 구금된 사례는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중남미 출신 유학생은 해당 소식을 접하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15일(현지시간) 멕시코·브라질·과테말라·페루 등 검찰 홈페이지와 중남미 33개 독립국 중 카리브해 도서 국가를 제외한 25개국(외교부 집계 기준) 주요 언론사 온라인 기사검색 시스템을 종합하면 중남미에서는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헌정 질서를 유린했다가 죗값을 치르게 된 국가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민주주의 체제를 어느 정도 확립한 1980~1990년대 이후로만 한정해도 관련 사례는 많다. 다만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되거나 구금된 이들은 모두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확인된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되는 상황에 가장 가까웠던 것은 오토 페레스 몰리나 과테말라 대통령(2012~2015년·이하 재임 기간)이다. 군 장성 출신의 페레스 몰리나는 수뢰를 비롯해 각종 비위로 국회에서 면책특권을 박탈당한 직후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국회에 직접 사임서를 제출하고 수사기관에 자진 출두했다. 국회가 재적 의원 만장일치로 사임서를 수리한 이후 몰리나는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치소에 갇혔다.

가장 최근엔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2021~2022년)이 불명예 명단에 올랐다. 카스티요는 의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다루기로 한 날인 2022년 12월 7일 자정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 현재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의회는 ‘셀프 쿠데타’로 규정하며 곧바로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미 카스티요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던 현지 경찰은 그를 바로 체포했다.

국제관계학 연구자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에스테반 발베르다 나바 씨는 연합뉴스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페루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최근 중남미에선 근접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현직 대통령 체포’가 유례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15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절차 결과를 보고 해도 되는데 무효인 영장을 들고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꼭 그랬어야 했나"라며, "박근혜 대통령 때와는 달리 국민 상당수가 체포에 반대한다는데 향후 어떻게 수습이 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과테말라에서 온 루이스 사소(여·27)는 "나쁜 일이 발생하면 항상 중남미에 비유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며 "현직 대통령을 체포한 건 한국에 와서 처음 봤다"고 했다. 한국 문학을 배우기 위해 엘 살바도르에서 유학 온 페르난다 셀라야(여·24)는 "한국과 비교하면 중남미 국가에서 치안이 불안정하고 정치적 혼란이 심한 것은 맞다"면서도 "시민들이 민주주의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