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애플 ‘시리’ 개인정보 무단 수집엔 "가능성 열어놓고 상황 파악 중"
구글·메타 소송 결과엔 "낙관적으로 기대"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가 사용자의 대화를 엿듣는 등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기 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안에 대해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위원장은 "미국에서 관련 언론 보도가 있던 것을 계기로 위원회에서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지금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조사 가능성도 있고, 조사가 아닌 사전 실태 점검에 나설 가능성이나 아예 제3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상황이 진행될지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에선 아이폰 등에 탑재되는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가 사용자의 대화 등을 엿듣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집단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소송 청구인들은 시리를 활성화하지 않았음에도 시리가 무단으로 대화 내용을 엿듣거나 이런 내용이 광고에 활용되는 등 동의하지 않은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거액의 예비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개인정보위가 진행 중인 카카오페이의 개인정보 무단 국외이전 조사 사건에도 연관돼있다. 애플은 카카오페이의 애플 앱스토어 진입과 관련해 이용자의 신용정보를 산출한 ‘NSF스코어’를 카카오페이에 요구하는 과정에서 알리페이로의 개인정보 국외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고 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조만간 결정이 이뤄질 상황"이라며 "3개 회사 모두 관련성이 있지만 조사 결과를 지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고 위원장은 23일 결론이 내려질 구글·메타와의 행정소송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처분이 법원 판단을 앞둔는 가운데,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으로서 절차의 무결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증거와 자료가 뚜렷하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지난달 5일 구글과 메타가 각각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최종 변론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