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매년 참석한 CES 올해 변곡점
실생활에 AI 스며드는 것 확인
수익 창출 회의론 넘어설 계기

AI 사용료 지불하는 시대 임박
스타트업 전시관 한국이 압도
미래 내다본 혁신기업에 희망

미국 가전 박람회 ‘CES 2025’가 지난 7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2014년 처음 이 행사에 참여한 이후 거의 매회 참석했는데, 올해는 지난 10여 년 사이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고 느꼈다. CES는 전통적으로 이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의미하듯 가전제품 중심의 행사이기 때문에, TV가 CES 전시의 중심이었다. 각국의 가전회사들이 개발한 최신 TV를 비교할 수 있는 화려한 전시가 이뤄졌었는데, 2000년대 중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TV로의 전환을 계기로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TV 시장을 선도하며, 이 두 회사의 세련된 전시는 CES의 하이라이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회사의 전시 공간은 항상 가장 중심에 위치했으며, 신제품 TV에 대한 소식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CES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시장에서 TV가 아닌,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이를 활용한 가전제품들이 주요 전시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집안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해 에너지 절감은 물론, 반려동물을 돌보고, 냉장고 내 식재료를 확인하며, 사용자의 선호에 따라 TV 콘텐츠를 자동으로 재생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CES에서 인공지능 중심의 전시를 통해 생활의 편리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적인 혁신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반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수익 창출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생기게 됐다. 예를 들어 “불 꺼줘”라고 말하면 불이 꺼지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기술적으론 훌륭하지만, 이를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수용될지는 의문스럽다.

인공지능 기술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이다.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기조연설을 통해 로봇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임을 예고하고, 이를 위해 기술 개발을 준비 중임을 밝혔다. 이 발표에 따라 로봇 전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으며, 몇몇 회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하고 언론에서도 이를 주목해 홍보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로봇 기술들이 아직 상용화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느껴졌다는 점은 인공지능 기술의 또 다른 한계라고 생각된다.

인공지능의 기술적 한계와 수익 창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지난해에 인공지능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미래에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란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인공지능 한계론이 1990년대 인터넷 거품론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되돌아보면 인터넷 산업은 거품론을 극복하고 현재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통신료와 같이 인터넷 사용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또한, 제품 가격에 포함된 인터넷 광고비도 소비자가 지불한다.

인공지능도 이미 우리 생활에 스며들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 없인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 사용 통신료나 광고료를 지불하듯이 인공지능도 어떤 방식이든 사용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다만, 1990년대에 시작된 인터넷 기업 중 어느 회사가 성공할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현 단계에선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나라에 많은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있으며, 이는 올해 CES의 참가 규모에서도 나타났다. 총 4500여 기업 중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유레카 파크’(Eureka Park)라는 전시홀에는 세계 각국의 나라별 전시관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대만이나 일본보다 적어도 3∼4배 이상 큰 전시 공간을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전시홀에 추가로 전시 공간을 운영했다. 이렇게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는 희망적인 미래를 봤으며, 앞으로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 인공지능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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