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고양시가 화정역 광장 앞에 설치한 이동노동자 쉼터 ‘휴다방’에서 지난 13일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지자체 이동노동자 쉼터 가보니

20㎡ 내부에 소파·정수기 갖춰
계절에 맞춰 냉방·온풍기 가동

플랫폼 종사자 2년새 33%↑
서울·고양·전주 등 운영 확대

고양=글·사진 김준구 기자 kimjunku@munhwa.com, 이정민 기자

“온종일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추위를 피해 마음 편히 쉴 곳은 여기뿐이죠!”

지난 13일 저녁 10시 경기 고양시 지하철 화정역 광장 앞에 설치된 ‘휴다방’은 10여 명의 대리운전 기사, 배달·택배 기사 등 이동노동자들로 붐볐다. 일하러 떠나는 사람과 휴식을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몇 분마다 바뀌었다. 휴다방은 고양시가 2021년 이동노동자들에게 잠깐이라도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만든 무료 쉼터다.

17∼20㎡(5∼6평) 크기의 휴다방 내부에는 테이블과 소파는 물론 텔레비전과 정수기도 갖춰져 있었다. 무더위와 한파를 대비해 계절에 따라 냉방기와 온풍기도 가동한다. 올해 들어 3년째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는 박광근(65) 씨는 휴다방에서 콜(대리운전 배정)을 기다리며 “요즘 같은 한파 속에서 쉼터의 가치가 더 빛난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23년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대리 기사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고 수입을 얻는 ‘플랫폼 종사자’는 2년 만에 33% 증가해 88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권 보호를 위해 쉼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고양시는 화정역 광장과 라페스타 장항제2공영주차장 등 2곳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설치해 2021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시도 배달라이더와 대리 기사 등 한파에 노출된 이동노동자를 위한 겨울철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서울 전역에서 운영 중이다. 승합차를 휴식 공간으로 꾸며 지난 2022년 겨울부터 이동노동자 밀집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초·북창·합정·상암에 거점형 쉼터인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4곳도 운영 중이다. 경기 구리시는 인창 지구대 옆에 쉼터 공간을 마련해 월평균 80여 명의 이동노동자가 휴식과 재충전을 하도록 했다. 전북 전주시는 38개 주요 시내버스 승강장을 심야시간대(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4시) 이동노동자 간이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쉼터의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일선 지자체 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 이동노동자들에게 쉼터가 추위를 잊고 따뜻하게 머무를 수 있는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