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은행권 ‘돈잔치’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등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보다 임금과 성과급을 높인 것으로 나타나 비판을 받고 있다. 13일 한 고객이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 1만350주·신한 7500주
주가 부양하고 주주환원 강조

환율 상승이 환원정책 변수로

주요 금융그룹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에 힘을 쏟고 있다. 책임경영 의지를 높이는 동시에 정국 불안으로 맥을 못 추고 있는 금융지주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지주사 회장들은 밸류업 정책 의지를 피력하며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으나 최근 급등한 환율이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정상혁 은행장을 필두로 그룹 임원진이 총 7500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하나금융그룹에서는 함영주 회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처음으로 5000주를 장내 매입했고, 함 회장을 포함해 9명의 그룹 임원이 총 1만350주를 사들였다. KB금융그룹도 지난달 11일부터 최근까지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 등 임원 11명이 총 5084주를 사들였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자사주 5914주를 보유 중이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기업가치를 제고해 주주가치를 상승시키겠다는 기업 밸류업을 추진하면서 주가 부양과 주주환원을 강조하고 있는 책임경영의 일환인데, 최근 부진한 금융지주 주가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연말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이후 금융지주 주가 동력이 많이 상실된 상태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달 4일부터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의 주가 낙폭이 컸는데 일례로 지난달 3일 종가 기준 10만1200원이었던 KB금융 주가는 다음 날 9만5400원으로 뒷걸음질 친 바 있다.

내달부터 이어지는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 배당 비율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영진의 의지와 달리 강달러 상황이 주주환원 정책의 변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서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ET1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로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 배당 여력도 높다고 여겨지는데,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자산이 증가하고, 이는 곧 CET1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환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본비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금융지주사들의 연간 기준 주주환원 계획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