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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저가요금제 출시 타격
올해 단통법 폐지에 부담 가중
전파 사용료에 경쟁력 떨어져

번호이동 순증 80만 → 37만명
가입 고객 규모도 ‘제자리걸음’

독과점 구조가 굳어진 이동통신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해온 알뜰폰 업계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번호이동 순증 규모가 대폭 줄고, 중소 사업자는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대형 3사가 저가 요금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가입자를 뺏긴 영향이다. 올해부터 내야 하는 전파사용료(전파를 쓰는 대가로 부과되는 관리세)뿐 아니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로 3사의 단말 지원금 상한이 사라진 것도 부담을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사용자는 전년(80만896명) 대비 52.9% 급감한 37만7432명에 불과했다. 이는 이통 3사로부터 알뜰폰으로 유입된 인원에서 빠져나간 인원을 뺀 순증 수치다. 10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던 알뜰폰 가입자는 950만 명 선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중소 사업자들은 잇달아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알뜰폰협회 회장사인 세종텔레콤이 알뜰폰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이달 초 여유모바일이 사업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알뜰폰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었던 우리은행도 출시를 연기했다.

이통 3사가 앞다퉈 선보인 저가 요금제가 알뜰폰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통 3사는 지난해 월 3만 원대의 5세대(G) 요금제를 잇달아 내놨다. 5G 요금제보다 비싼 LTE 요금제도 없애고 있다. 지난 2일 KT가 LTE 요금제 46종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 데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다음 달 일부 LTE 요금제 가입을 막을 예정이다.

전파사용료 역시 알뜰폰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꼽힌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올해부터 전파사용료의 20%를, 2026년에는 50%를, 2027년부터는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2027년부터 알뜰폰 가입 회선당 약 2000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이통 3사 자회사를 제외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전파사용료를 정부가 면제해줬다. 올해 8월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것도 중소 사업자들엔 부담이 된다. 구축에는 약 2억 원의 초기 비용이 들고,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인증 수수료가 900만~1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 폐지로 오는 7월 지원금 제한이 풀리는데, 이통 3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보다는 알뜰폰 가입자를 빼가는 쪽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 가입자를 서로 뺏어오는 경쟁보다는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주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방안에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