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국토부 항공기 1대당 12명 권고하나 제주항공은 7.5명에 불과
제주항공 “2016년 기준…2024년 5월 신 기준은 충족”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항공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제주항공의 항공기 정비인력이 국토부 권고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LCC 정비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은 국토부 권고기준인 12명보다 모자란 7.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사고 발생 후 언론에 밝힌 대답과 어긋나는 수치다. 김 대표는 지난 31일 제주항공의 정비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2019년 정비사 숫자가 540명으로, 대당 12.6명이었다”며 “지금은 항공기 41대 기준으로 522명, 대당 12.7명이 됐다”며 권고 기준을 충족한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김은혜 의원은 “제주항공이 주장하는 정비사 숫자 522명은 실제 항공기 정비 인력이 아닌 사무실 근무 인력 등 모든 인원을 포함한 수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국토부 고시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인력 산출기준’에 따르면 정비 인력은 실제 항공기 정비 현장에 종사하는 인력을 기준으로, 사무실이나 공장 정비 인력 등은 제외하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해당 기준은 현재는 적용하지 않는 2016년 기준”이라며 “항공기 공급석 규모, 정비 종류 및 소요시간, 교육훈련 시간, 대체 인력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2024년 5월 국토부 고시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인력 산출 기준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운항정비사 309명이 근무하고 있어, 213명인 국토부 기준을 충분히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대표는 이런 김 의원 질의에 대해 “국토부 지난해 고시에 따라서 운항 정비 인력은 그 기준으로 고시가 됐다”며 “항공사마다 운항 정비 외에 다른 인력이, 중정비 인력이 따로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서 정비사 인력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안전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김 의원에 따르면 제주항공 외 타 저가항공(LCC)의 정비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권고 기준인 항공기 1대당 12명을 충족한 LCC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에어서울의 경우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은 4.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LCC 정비 인력 부족은 정비사 피로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조치는 미비한 상황이다. 항공안전법은 항공사로 하여금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관리 대상에 객실 승무원과 운항 승무원에 한정돼 정비사들은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은혜 의원은 “항공정비사는 항공 안전 최전선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항공사들의 수익 지상주의에 따른 소극적인 인력 충원으로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운영될 국회 특위에서 다시는 이 같은 비극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항공사의 충분한 정비인력 확보기준 및 정비사들의 피로도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강조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1월 16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혜 의원은 이번 특위에서 여당 간사로 내정돼 특위 내 진상규명 재발방지 소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