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BYD ‘전기 슈퍼카’ 9일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 센터에서 열린 ‘2025 싱가포르 모터쇼’에 중국 BYD의 전기 슈퍼카 U9 모델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차이나 공습 2.0’ 위기 고조

中, EU·美시장 관세폭탄 위기에
테크분야까지 전방위 ‘밀어내기’
차·IT기업도 잇따라 국내 진출
과잉생산 해결책으로 쓰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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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편파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무차별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온 중국이 자국 내수 침체 장기화와 미국·유럽연합(EU) 관세 폭탄 위기에 직면하자 이제는 테크 분야에서도 전방위적인 밀어내기에 나섰다. 테크 강국인 한국은 전기차·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서 자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로 인해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지만,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차이나 공습 2.0’이 한국 시장을 장악한 제2 로보락(중국산 로봇청소기) 사례 출현으로 이어진다면 굳건했던 안방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YD는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해 ‘아토3’ ‘실’ ‘돌핀’ ‘시라이언7’ 등의 차량에 대한 환경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 가성비를 인정받은 아토3는 BYD코리아가 브랜드 출범행사를 여는 오는 16일 이전에는 환경부 인증 획득이 유력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토3의 국내 출시 가격은 3000만 원 중반대로 점쳐진다.

중국은 그동안 현대자동차·기아 등 굴지의 완성차 업체가 있는 한국 시장에서 저가를 무기로 한 상용차·전기버스 등의 분야를 주로 공략해 왔다. 하지만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전기차를 과잉 생산한 중국은 미국에 이어 EU까지 무역장벽을 높이자 한국 시장으로 급격히 덤핑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코트라 난징무역관은 최근 리포트에서 “총인구 감소에 따라 총수요도 감소하면서 기존 중국 시장 규모로는 이전과 같은 수준의 생산 능력을 소화하기 어렵다”며 “해외 진출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고 진단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승용차 수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479만1000대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과 EU의 관세 공세 영향으로 4분기 증가율은 8%에 그쳐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기준 EU 내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6월 10.9%에서 11월 7.5%까지 떨어져 같은 해 3월(7.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국에서 소화가 안 되는 전기차 물량을 동남아에 이어 유럽 시장으로 밀어내려 했던 중국 입장에선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적용이 치명타로 작용한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형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對)미국 우회 수출 경로로 활용될 수도 있어 중국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장”이라며“만약 BYD가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지리 등 중국 자동차 업체의 추가 진출이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IT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샤오미가 투자한 중국 가전제품 제조업체 로보락은 한국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다. 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파고들었는데, 최신 제품 가격이 180만 원에 달하는 등 브랜드의 기술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경영대학원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들은 성장동력이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10년·20년 뒤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홍·김성훈·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