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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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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最初)라는 말은 그 영광에 앞서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경성∼평양∼신의주 간의 남북 항로 정기 비행을 꿈꾼 사람이 있었다.

김치간(金治간·작은 사진). 1925년 1월 16일 동아일보 기사(사진)가 그의 ‘최초’ 도전을 전하고 있다.

김치간은 평양 장별리 김정규 씨의 장남으로 일본 치바(千葉)현에서 오래 비행술을 연찬(硏鑽·깊이 연구)·연마한 후, 1924년 가을 일본 항공국에서 당당한 3등 비행사의 면장(免狀·면허를 증명하는 문서)을 받았다. 그는 조선에 돌아와 남북 정기 항공의 웅대한 포부를 이루고 싶어 한다. 비행가로는 이미 안창남, 이기연, 이상태, 서왈보 씨 등이 있다. 그러나 서북(西北) 조선에 있어 가장 처음으로 비행술을 배웠고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의 고귀한 생명을 걸어가며 공중 정복자로서의 성공을 얻기에 필사적 노력을 다한 김치간 씨의 이면에는 또한 그것을 범연시(凡然視·평범하게 여기기) 할 수도 없는 무엇이 있다.

그는 평남 평원군 영유면 출생으로 금년 28세인데 유시(幼時·어렸을 때)에는 한학(漢學)과 그곳 사립 학교에서 배우다가 14∼15세에 평양으로 나와 또한 일어와 한학 등을 수련하였다. 그 후에 서화에 취미를 느끼고 노호정 선생의 휘하에서 수년 동안 서화를 학습하다가 1920년경에 분연히 일본 도쿄(東京)로 건너가서, 처음에는 일본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학을 연구하였다. 그러나 활발한 기상과 침울한 듯하고도 발랄한 지개(志槪·의지와 기개)를 가진 그에게는 사회학이 뜻에 맞지 아니하였다.

이에 그는 그다음 해에 대학을 중퇴하고 즉시 동경부 하우전(下羽田) 비행장에 입학하였다. 처음에는 물론, 여러 가지 고통과 허다한 간난(艱難·몹시 힘들고 고생스러움)도 있었으며 어떤 때에는 비행기를 이륙시키려다가 속력을 너무 과히 한 까닭에 기체가 전복되어 빈사(瀕死·거의 죽게 됨)의 중상을 당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오직 생명을 홍모시(鴻毛視·기러기 털처럼 가볍게 여기기)하고 백절불요(百折不撓·어떠한 난관에도 결코 굽히지 않음)하는 용감한 기상으로 그곳에서 약 9개월을 공부한 후 다시 치바현 이토(伊藤) 비행연구소에 들어가 전후 2년간을 비행술 연구에 일심전력하였다. 그리하여 재작년 여름에 동교(同校)를 졸업하고는 계속 연마하여 작년 9월에 도쿄에서 거행된 3등 비행사 합격 시험에 당당히 급제하여 일본 항공국으로부터 3등 비행기 조종사의 면장을 받게 되었다.

그는 얼마 전에 자기의 고향인 평양 장별리 자택에 귀성 중인데, 방문한 기자에게 그 포부를 이렇게 말하였다. “비행기를 오직 군대에서만 사용한다는 것은 벌써 옛날의 일이요 오늘에는 우리의 실생활에 가장 필요하게 되었으므로 더욱 그 필요를 인정하는 바인데, 내가 어떻게 해서 그 비행기를 가지고 우리 조선 사람의 실생활에 필요하도록 공헌함이 있을까 하고 많이 생각해 본 결과, 우선 경성∼평양∼신의주 간의 정기 항공을 실현해 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거창한 사업이므로 우선 비행기 한 대를 사려면 비용이 적어도 4천∼5천 원은 있어야겠고, 그 외에 정기 항공에도 막대한 자금이 있어야겠는데 일반 동포의 열성 있는 성원을 바랍니다. 그 사업이 일조일석에 실현될 것은 아니나 동포의 성원만 있으면 조만간 될 줄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