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 여론 지형이 12·3 계엄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불법적이며, 탄핵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여전히 압도적임을 고려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1월 둘째주)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4%, 더불어민주당 36%였다. 여당 지지율이 10%포인트 급등할 정도로 보수 결집이 뚜렷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강행과 무분별한 언동 등 민주당의 행태에 따른 반작용 성격이 확연하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런 상황에 취해 민심과 역주행하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비상한 대책은커녕 아예 존재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과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 삭제, 민주당의 계속되는 횡포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 반등 조짐을 보이자 마치 여당이 잘해서 그런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등의 재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초선 김상욱 의원에게 “계속 당론과 반대행위를 하면 함께할 수 없는 것 아니냐. 탈당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김 의원 외에 초선의 김예지 의원 등에게도 탈당을 촉구했다고 한다. 헌법과 국회법 위반도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계엄 직후의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해제 투표를 한 18명 의원과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노골적인 ‘왕따’ 분위기가 형성되는 정도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들의 출당을 요구했다.

한 전 대표 시절 그나마 ‘계엄 반대당’ 명분을 가졌지만 이젠 대통령 관저 앞에서 44명의 의원이 몰려가 ‘윤 대통령 수호’ 행동을 보여주고, 윤상현 의원은 관저 앞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의 전광훈 목사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계엄 옹호당’이 되고 있다. 김민전 의원은 9일 이른바 ‘백골단’이라는 단체의 기자회견을 주선했다가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기억을 되살린다는 논란이 일자 “몰랐다”며 사과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