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지난 3일 개원한 미 119대 의회에서도 공화당이 상원 내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어 해당 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날 찬성 243표 대 반대 140표로 ICC에 대한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ICC가 지난해 11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반발한 공화당원들이 발의한 것이다. 이날 하원 회의에 참석한 공화당 소속 의원 198명은 해당 법원에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에 따라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지만 이탈(찬성)표도 45표나 나왔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의 리치 토레스(뉴욕) 의원은 표결 전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의 결정은 국제법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됨에 따라 공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11월 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이 현재 상원에서 과반(52석)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20일) 이후 그의 승인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강행한다면 공화당은 민주당 이탈표를 바라는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미국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60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이 52명이고, 현직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인 짐 저스티스 의원이 오는 13일 상원에 정식 입성할 것을 고려하면 공화당은 최소 7표의 민주당 이탈표가 필요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도 해당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만큼 민주당 이탈표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지만, 하원에서도 45표나 되는 이탈표가 나와 상원 상황도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ICC는 지난해 11월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하원이 이번에 통과시킨 ICC 제재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되고 대통령 승인까지 받게 되면 미국은 ICC 관료들에게 내준 비자를 철회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게 된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