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상단 5.76%서 5.84%로
당국 “올 더 촘촘하게 부채관리”
미국 10년물 연말부터 금리 급등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 빗장을 풀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한 달 전보다 소폭 상승하며 6%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최근 미국발 국채 금리 상승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대출 금리가 요지부동인 데다 하반기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도입될 예정이라서 올해도 실수요자들이 돈 빌리기 여의치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전날 기준 3.34~5.84%로 집계됐다. 한 달 전(지난해 12월 9일) 3.36~5.76%와 비교하면 상단이 소폭 상승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상단이 5.16%에서 5.23%로, 신한은행은 5.18%에서 5.25%로 각각 0.07%포인트 상승했다. 농협은 5.76%에서 5.84%로 상단이 0.08%포인트 증가했다.

대출 금리가 오르는 건 채권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고치인 4.7%에 근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연말 들어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등급) 금리도 오름세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난 가계부채를 통제하기 위해 올해는 더 촘촘히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은행권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쉽사리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국은 올해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부터 월별·분기별 대출 총량을 관리할 계획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새해 들어 대출 총량이 초기화됐어도 대출 조건을 완화할 뿐 대출 금리를 낮추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 차주들로선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금리 수준이 5% 후반으로 부담스러운 데다 은행별로 부채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지금보다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게 돼 차주들 입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출받기 어렵다고 느낄 것”이라며“대출 조건을 알아보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