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천연가스 650억t 매장돼
트럼프, 덴마크에 재차 매각요구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북극권 패권 전쟁의 막이 오르며 그린란드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무력 사용 배제 불가까지 공언하면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간 갈등이 깊어질 조짐이다.

미국 텍사스의 3배, 한반도의 10배 크기인 그린란드는 북미와 유럽 사이의 북극해에 위치해 있으며 대륙으로는 북미에 속한다. 다만 국제법상 덴마크 자치령이다. 300년 이상 덴마크 식민지였다가 1979년 국민투표로 자치권을 획득했다. 2009년 자치법 제정으로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외교·국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한다. 인구의 약 90%가 이누이트 계열로 주민 수는 5만7000명이다. 영토의 80% 이상이 빙하인 척박한 지역이다 보니 그동안 미국은 물론 서구 열강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천연자원들이 매장된 사실이 드러나며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그린란드가 천연자원의 보고인 데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며 자원 채굴비용도 줄어들자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됐다. 원유·천연가스가 650억t이 매장돼 있어 러시아 다음으로 많다. 전기차 제조에 필수인 희토류는 약 4000만t이 매장돼 있어 중국의 매장량과 비슷하다.

군사적 요충지로서 가치도 높다.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36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미국을 향하는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지나가는 최단 루트다. 이에 미국은 냉전 초기부터 그린란드 북쪽 최북단에 툴레공군기지를 운영하며 레이더로 미사일 조기 경보와 우주 감시 체계를 가동해왔다.

재집권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그린란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린란드가 미국의 경제안보와 국가안보 등에서 가진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어떤 것에 대해서도 나는 확언할 수 없다”며 “나는 그것(경제 또는 무력 사용 배제)을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 및 미국으로의 편입을 투표로 결정할 때, 덴마크가 방해한다면 덴마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